비안전문제·빠른 자발적 대응·저비용 3가지 차이점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한국 완성차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인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리콜은 미국에서 '품질의 명차'로 통한 도요타를 무너지게 했던 2009년 도요타 리콜 사태와는 출발선부터 큰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대 가량에 달한 도요타 리콜사태만큼 규모가 크지않은데다 사망 등 상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논란이 일기 전 현대ㆍ기아차가 자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
◆비안전문제와 안전문제=현대·기아차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 판매한 13개 차종 186만9736대를 리콜키로 했다. 리콜 사유는 에어백 구조와 브레이크 등의 스위치 결함.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스위치 결함으로 점등되지 않는 문제와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펼쳐질 때 천장 구조물이 함께 떨어져 나갈 위험성이 제기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만 벌이면 되는 단순불량"이라고 설명했다.
리콜이라는 선택 자체가 안전과 관련된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급발진 사망 사고라는 결정적 계기가 있었던 도요타 사태와는 첫 출발선부터 다르다.
현대·기아차와 달리 도요타는 2008년 여름 미국 서해안에서 발생한 4명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급발진 문제가 부상했다. 가속페달이 붙는 현상과 운전석 바닥의 매트가 가속페달을 누르는 현상 등 당시 지적된 내용은 모두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치명적인 안전문제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리콜이 현대기아차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이고 지난 11월 연비사태 이후 미국에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 파장이 클 것처럼 보이지만, 안전과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판매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빠른대응과 늑장 대응=현대ㆍ기아차의 발 빠른 대처도 미국 내 여론의 향방을 갈랐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미국 당국에 결함 사례가 접수되자마자 서둘러 조사해 결함을 인정해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선제적 대응을 했기에 현재까지 현지 언론 등을 통한 시장의 평가도 크게 나쁘지 않다. 이처럼 빠른 대처는 2009년 하반기에 터진 도요타 리콜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 덕택으로도 분석된다.
당시 도요타는 일가족 사망 사건 후에도 리콜 결정까지 시간을 끌며 현지 여론을 악화시켰다. 일본 제조업의 '신화'로 불리던 도요타를 당시 신뢰의 위기로 몰아넣은 요인은 리콜 자체만이 아니었다. 리콜 결정이 늦어지며 '늑장 대응'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미국 상하원이 '도요타 청문회'를 개최하게 됐다. 도요타는 이듬해 8개 차종의 판매를 중단했고, 다음달 판매량이 1년 만에 8.7%나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늑장대응이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사태를 크게 만들어 회사의 존립까지 흔든 셈이다.
◆저비용과 고비용=현대ㆍ기아차의 이번 리콜이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전 세계에서 14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한 도요타 사태만큼 큰 규모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발표한 리콜 대상 규모는 190대가량. 국내와 캐나다에서 각각 16만대, 36만대다. 증권가에서는 추가로 다른 나라를 포함하더라도 30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른 수리 비용 등은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임은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이외 지역으로 리콜이 확산할 것을 고려하면 3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리콜 비용이 각각 900억원과 4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두회사 순이익의 각 1% 규모. 지난해 4분기 북미 연비 보상을 위한 충당금이 현대차 2400억원, 기아차 2000억원 등 44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타격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한 분기 실적에 충당금을 반영하면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가속페달 리콜로 지금까지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했다.
다만 이번 리콜사태로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힘들게 쌓은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에 일정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은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리콜은 사태 발생 이후 몇년간 판매량이 급감했던 도요타 사태와는 다르다"며 "리콜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지 않도록 품질관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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