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LG이노텍 LED사업부가 2009년부터 실시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오스람과의 특허 협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R&D(연구개발)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산업계에 치열해진 특허싸움에서 유망 특허를 선점하고 직원들 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31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이 회사 LED사업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 직군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특허 2건씩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사내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1월 직원들이 모여 연간 목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이를 발표하고 시행중이다. 이후 LED사업부는 향후 상업화를 목적으로 기술 디자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아이디어가 채택될 경우 특허 종류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도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실시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구 분위기가 조성됐다. 열띤 연구열은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LG이노텍에 따르면 지난해 LED사업부가 접수한 특허는 약 3200건에 달한다. 연구개발 인력이 1600명(지난해 6월기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건의 특허 아이디어를 제출한 셈이다.
회사 측은 이들이 낸 특허 아이디어는 제품의 효율성과 경박단소(輕薄短小)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LED(발광다이오드) 특허소송을 두고 독일 오스람과 합의를 이룬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스람에게 맞소송을 걸 수 있었던 특허들 중에 하나가 바로 직무발명보상제도를 통해 출원된 특허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LG이노텍은 2011년부터 이어져온 오스람과의 특허소송을 마무리 짓고 지난해 11월 LED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격려금 규모는 발명의 영향력에 따라 평가해서 지급한다. 해외냐 국내냐에 따라서도 나뉜다. 해외에 출원하는 특허의 경우 100만원, 국내에 출원하는 특허는 30만원~최대 40만원까지 지급된다. 특허 출원이 결정되면 개인에게 이에 대한 통보가 간 후 당사자에게 특허 출원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사인을 받는다. 팀이 특허를 내면 직급에 상관없이 특허 출원에 따른 기여도를 고르게 인정해준다. 가령 6명이 속한 팀이 특허 출원에 성공하면 개인당 5만원씩 돌아간다.
당장 상품화하긴 어려워도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보고 개발비 등을 늘리는 선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가 회사의 미래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의 개발비는 2011년 2235억원(전자공시시스템 기준)에서 지난해 2702억원으로 일년새 약 467억원이 늘었다. 467억원은 LG이노텍이 지난해 거둔 영업익(772억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 LG이노텍은 개발비에 개발을 위한 종업원급여 및 경비 중 적절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이같은 정책을 실시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 연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다"며 "개발성과금의 액수보다 내 아이디어가 특허 대상이 됐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도 특허 출원을 의무로 여기지 않고 자발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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