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KIA가 가장 높은 승률(0.818, 9승2패)을 기록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시범경기는 1983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너구리’ 장명부(삼미)는 국내 타자들을 맞아 테스트하듯 능글맞게 던졌다. 이후 프로야구계엔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란 속설이 자리를 잡았다.
시범경기라고 해도 각자 갖고 있는 전력은 드러나게 마련. 눈썰미가 있는 팬이라면 올 시즌 9개 구단의 전력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을 터이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은 NC. 5승1무6패로 공동 5위에 자리를 잡았다. NC는 시범경기 마지막 날 SK에 2-4로 졌으나 5승 가운데 3승을 막판 쓸어 담으며 정규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팀당 128경기, 전체 572경기를 앞둔 9개 구단의 올 시즌 전력을 살펴본다.
◇삼성, 해태 두 번째 3연속 이상 우승 가능?
목표는 한국시리즈 3연속 우승. 시범경기에선 부진했다. 2승6패3무(승률 0.250)로 꼴찌였다. 팀 타율(0.220)과 팀 출루율(0.300)도 그랬다. 그나마 팀 장타율(0.305)에서 최하위를 면했다. 팀 평균자책점(4.27)도 7위에 그쳤다.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없던 1985년 전, 후기 리그 1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명문 구단이 되고자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숙원은 2002년 이후에서야 달성했다. 다섯 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룬 해태의 기록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 목표는 해태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출발이 좋지 않지만 삼성 관계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라고.
◇잠시 숨 고른 SK, 다시 비상?
SK는 1980년대 일본리그 신흥 명문 세이부와 흡사하다. 쌍방울과 니시데쓰란 전신(前身)이 있고 창단 이후 모기업의 강력한 지원 아래 이른 시일 내 우수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SK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가을 잔치를 치렀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세 차례. 국내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갖췄다. 2010년 우승 이후 두 차례 연속 준우승을 거뒀지만, 올해 전력 역시 탄탄하다. 이미 시범경기에서 2위(6승4패1무)를 했다. 공격과 수비의 대표적 지표인 팀 타율(0.250, 5위)과 팀 평균자책점(2.99, 4위)이 그리 좋지 않디. ‘김성근 야구’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느낌도 든다. 신흥 명문 구단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느냐 여부가 걸린 올 시즌이다.
◇롯데 ‘대통령이 몇 번 바뀌었는데…’
선수단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다. 당시 대통령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 선언을 한 노태우였다. 이후 5년 단임의 대통령이 계속 바뀌는 동안 선수들은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구도(球都)를 자처하는 부산 팬들로선 속이 터질 노릇. 올해도 전망은 ‘흐림’이다. 시범경기에서 3승7패1무로 8위에 그쳤다. 이대호, 홍성흔이 잇따라 빠져나간 4번 타자 자리를 누가 맡느냐가 관건이다. 시범경기에선 전준우, 강민호, 김대우가 번갈아 나섰다. 김시진 신임 감독으로부터 낙점을 받을 타자는 누구일까. 시범경기 성적에선 강민호(타율 0.333 1홈런 3타점)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두산 ‘준우승은 이제 그만’
사령탑에 오른 지 2년째인 김진욱 감독. 목표는 정상 탈환일 수밖에 없다. 선수단은 2001년 우승 이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 2005년, 2007년, 2008년 준우승에 머물렀고 2009년, 2010년, 2012년엔 3위를 했다. 전신 OB 이후 두산의 강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늘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선 SK, 넥센과 함께 공동 2위(6승4패1무)를 했다. 팀 타율은 NC와 공동 2위(0.258), 팀 평균자책점은 3위(2.75). 올 시즌도 투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정상에 도전할 만하다. 선수단은 선수층도 두껍다. ‘돌아온 4번 타자’ 홍성흔도 눈길을 끈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1할9푼2리(26타수 5안타) 2타점에 머물렀으나 리그 정상급 타자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②편에서 계속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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