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선발투수진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다.
류현진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피안타 5탈삼진 2볼넷 2실점 호투를 뽐내며 승리를 챙겼다. 1회와 2회 거듭 실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3회부터 안정된 피칭을 과시, 돈 매팅리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가장 돋보인 건 투구 수 관리. 정확한 제구를 앞세워 매 이닝 빠른 승부를 유도, 98개의 공만으로 7이닝을 책임졌다. 역투에 고무된 타선은 5회 3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한 뒤 7회 대거 6득점, 류현진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겼다. 다저스는 10-4로 이겼다. 시범경기 2승(2패)째를 챙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86까지 내려갔다. 2할6푼2리였던 피안타율도 이날 1피안타 호투로 2할1푼까지 떨어졌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안타 없이 1점을 헌납했다. 선두타자 알프레도 데 아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류현진은 이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았지만 이어진 애덤 던과 맞대결에서 폭투를 범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데 아자는 여유롭게 홈을 통과했다. 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친 류현진은 2회 또 한 번 실점을 내줬다. 이번에도 화근은 선두타자 출루.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던진 직구가 높게 형성되며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연결됐다. 후속 브랜든 쇼트의 투수 앞 땅볼을 틈타 3루에 안착한 플라워스는 드웨인 와이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거듭 실점을 내줬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직구 제구를 낮게 유지하며 스스로 안정된 모습을 찾아갔다. 데 아자를 삼진으로 묶는 등 공 9개만으로 3회를 삼자범퇴 처리했고 4회 선두타자 제프 케핀저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가볍게 위기를 넘겼다. 5회 한 차례도 출루를 내주지 않은 류현진은 6회 야수들의 거듭된 호수비로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7회 역시 깔끔했다. 상대 중심타선을 모두 외야 뜬공으로 처리, 연속 범타 처리를 11타자로 늘렸다.
효과적인 투구 운영의 비결은 제구. 초반 높게 형성되던 제구가 낮게 형성되면서 거듭 범타를 이끌어냈다. 낮은 코너웍의 제구는 바깥, 몸 쪽을 가리지 않았다. 장기인 서클체인지업, 낙차 폭이 큰 커브 등과 어우러져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하는 데 주효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며 다듬기 시작한 커브는 경기를 치를수록 위력이 더 해지고 있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빛났다. 0-2로 뒤진 3회 1사에서 상대 선발투수 제이크 피비의 직구를 밀어 쳐 우전안타를 기록했다. 후속 불발로 홈을 밟진 못했지만 이 때까지 무안타로 침묵한 타선에 유쾌한 자극제 역할을 해냈다. 나머지 타석은 유격수 땅볼(5회), 삼진(6회) 등으로 물러났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29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마지막 선발 시험 등판을 가진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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