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의 발칙한 경매⑤]'전세권 설정'과 '대항력' 갖춰야 임대보증금 안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임대보증금은 서민들의 전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임대인의 과실로 인해 임대차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임대인의 과실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다. 이 법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해당 아파트에 등기돼 있는 다른 권리자들과 비교해 선순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보안장치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와 함께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등기부등본에 '전세권'이라는 물권 등기를 해놓으면 임차보증금을 보호 받을 수 있다. 이런 보호 장치가 있지만 둘의 보호 범위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요건을 갖춰야 한다.
얼마 전 봉천동 다가구주택을 임차해 살고 있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살고 있는 집이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큰 걱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해당 주택의 시세는 5억원을 상회했다고 한다. 그는 이 당시 선순위 근저당권 1억원이 설정돼 있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임차보증금 1억원은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중개를 해준 부동산 중개업소도 집 시세가 선순위 근저당권과 전세금액을 충당하고도 남기 때문에 걱정 말라며 임대차 계약을 진행시켰다. 그는 보안장치로 등기부등본에 전세권을 설정한다는 조건으로 1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이 주택이 결국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그는 경매가 진행돼도 보증금 1억원은 무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감정평가 결과를 보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노후주택이다 보니 5억원이라는 부동산 감정금액 중 토지가 90%(4억5000만원)에 달했다. 건물부분은 10%인 5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선순위 근저당권인 1억원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그는 등기부등본에 임차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해두고자 '전세권'을 설정했음에도 보증금을 건지지 못했다. 단독건물일 경우 건물 부분에 대한 감정평가 금액에 대해서만 보전받을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런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임대차계약을 하기 전 권리관계를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또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항력(전입, 계약, 점유)과 우선변제권(확정일자)을 갖추고 있다면 주거형태와 관계없이 부동산 전체에서 순위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전세권 설정과 함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보호 장치를 이중으로 해놓았다면 임차인은 두 개를 병행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손실에 대처할 수 있다.
'버드나무' 강윤식(사진)은?
서울에서 태어난 필자는 경매를 업으로 삼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태어나 바로 경매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1990년대 사업에 실패한 후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재고의 부담도 없고 번듯한 사무실을 갖춰야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도 자유로웠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경매의 매력에 푹 빠져 살다 보니 '365일 월세 받는 남자의 고수익 나는 경매'라는 책도 출간하게 됐다. 다수의 방송에서 경매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프리버드"(http://cafe.daum.net/liberalbird)라는 카페를 바탕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