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 13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모든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참가하는 가을 단축마라톤 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계는 물론 전국의 중2 학생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운동 취향과 능력을 무시한 '집체식 이벤트'라는 핀잔과 함께 "평소 중2병의 심각성을 지적해 온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중2병을 마라톤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에 휩싸인 것이다.
인터넷에서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그로 인한 반항과 일탈행위를 일컫는다. '남과 다르다', 또는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예고도 없이 발표된 중2 학생들의 마라톤 행사 소식에 트위터에는 "70년대로 회귀? 요즘 애들 약골인데 사고나면 어쩔건가?"(@jnjfi**), "체력이 약하다고? 체육시간을 체육시간답게 쓰고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면 충분히 애들은 건강해진다"(@piece**), "학교에서 단체로 강요하는 순간 애들은 달리기가 싫어진다"(@babyl**) 등 교육당국의 탁상 행정을 비난하는 멘션이 이어졌다.
"애초에 중2병=사춘기인데, 사춘기를 없애겠다는 건 대체 뭐지?"(@smoot**), "중2병 마라톤이라니? 사춘기 안 겪고 어른 되셨나들(@talki**), "중2 때 중2병 안앓으면 그게 병일 듯"(@TKuro**) 등 중2병이 언급된 트윗도 줄을 이었다.
급기야 "누구나 필연적으로 겪고 지나가야 하는 중2병을 의도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이른바 '지랄총량의 법칙'. 인간에겐 일생 동안 소비해야 하는 지랄, 즉 사춘기 시절의 혼돈과 방황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중2 시절에 쓰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엉뚱한 방향으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고등학생이 된 후 중2병에 걸리면 성적이 떨어지고, 대학생이 돼 겪으면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장을 찾기 어려우며, 심하면 결혼 후 바람을 피는 경우까지 생겨난다"고 비꼬았다.
혹자는 고달픈 인생사에서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가는 우리 모두야 말로 실은 '중2병'에 걸려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중2병이라는 게 중2 때 정점이여서 중2병이지, 우리 모두 아직 중2병이다"(아이디 김상궁**)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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