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유럽 시장의 침체가 3~4년은 더 갈 것이라고 한다. 유럽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과 성능을 만족해야한다. 연비 역시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큰 폭으로 축소됐다. 올해 역시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은 3%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제품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가겠다"(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
유럽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정공법을 택했다. 침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은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품질 강화 그리고 제값받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네바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나 유럽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몰려있는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성능, 연비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며 "현대·기아차의 역사가 짧은 만큼 부지런히 쫓아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유럽 모터쇼 방문은 지난 2011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방문이후 16개월만이다. 모터쇼 참관 일정에는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을 비롯해 권문식 연구개발 본부장(사장) 피터 슈라이어 최고 디자인 책임자(사장), 오석근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등 핵심 중역들이 동행했다.
앞서 제롬 스톨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총괄 부회장 역시 신차 출시를 통한 위기극복 대안을 내놨다.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은 지속적으로 줄이면서도 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질 노만 부회장은 "2013년 유럽시장은 전년 대비 3%, 프랑스 시장은 5%정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장이 축소될수록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고 바로 지금이 새로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콘셉트카를 비롯해 3개의 월드프리미어를, 르노는 최초의 크로스오버 모델 '캡처'를 공개했다.
다만 유럽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올해 유럽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1300만대 수준, 최근 5년 동안 500만대 감소했다. 자동차 메이커가 판매대수를 끌어올리기는 녹록치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정 부회장이 제네바모터쇼 현장에 직접 방문해 현대차와 기아차 신차 공개행사를 직접 챙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는 판매대수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가격인하 전략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를 통한 제값받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제롬 스톨 부회장은 "상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의 혁신, 새로운 엔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활동, 디자인 부분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보다는 정상가격으로 제품을 팔기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저가 자동차 브랜드를 출시해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현대차와 기아차 이미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에게 저가 브랜드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저가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 보다는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추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이날 기아차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신차를 꼼꼼히 살폈다. 특히 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A클래스 45 AMG 모델과 CLS 200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 모델은 유럽 자동차 메이커가 내놓은 신차의 공통점인 상품성 강화와 다운사이징의 대표 모델이다. 정 부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 모델과 기아차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T-GDI 등 엔진과의 차이를 직접 묻기도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