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일본의 엔저흐름으로 수출확대와 기업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런 흐름이 고용과 소득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자칫 '나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아베노믹스, 일본경제 부활의 신호탄인가'란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일본은 엔저흐름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78~80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엔·달러 환율은 3개월 사이 92~96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잇달아 경영실적 전망치를 상향조정했고 일본 내 경제전문가들은 수출이 회복되면서 1분기부터 일본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정권의 통화·재정정책이 엔고흐름을 엔저흐름으로 되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엔저흐름을 유도함으로써 경제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구본관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이 고용과 소득환경 개선, 결국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증가에 실패할 경우 물가만 상승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흐름은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월 이후 구로다 하루히코 중앙은행 총재가 본격적으로 통화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반영된 정책의 학습효과와 실제 금융시장-통화공급 간 괴리 해소 등으로 인해 엔저 효과는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장기불황 해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일본의 경험상 공공투자 중심의 재정정책은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재정건전화를 달성하는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구 연구원은 "재정여건상 재정투입을 확대하면서 재정건전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수반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로는 재정건전화의 중간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정부는 '201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를 2010년도 대비 반으로 줄인다'는 중간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구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우리나라는 엔저 흐름 진행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경쟁력이 강화된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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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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