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남경필 "품위 있는 국회 만드는 법…정부조직법 처리와 무관"
이한구-심재철 "식물 국회로 만드는 법" 위헌 소송 제기 검토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13일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연일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를 검토키로 했고, 법 통과를 주도했던 황우여 대표와 쇄신파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가 안되는 것과 선진화법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선진화법을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에 따른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이어 "18대 국회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것이 옳은 건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출범 이래 한 번도 정부조직법을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적은 없기 때문에 선진화법과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된 선진화법 위헌 소송 움직임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다수결 기준을 50%에서 60%로 올린 선진화법이 헌법이 규정한 다수결 표결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위헌소송 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야당의 반발로 난항을 겪는데 따른 출구전략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선진화법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선진화법에 대해 "한마디로 소수파가 발목을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법"이라고 하자, 남 의원은 "몸싸움하는 동물 국회보다는 차라리 식물국회가 낫다"고 맞섰다.
7일 최고위원회의에선 황우여 대표가 선진화법에 대해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후진적 정치에서 벗어나고 '폭력국회'의 오명이 국회에 발을 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국민이 바라는 품위 있는 국회로 격상시키는 법"이라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심 최고위원은 "선진화법은 국회를 식물로 만드는 법"이라며 "법이 통과할 당시 원내대표로 지휘했던 황 대표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직접 비판했다.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선진화법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새누리당에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대표와 남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가 법 통과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통과된 선진화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강행 처리가 불가능해지자 당내에서 선진화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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