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지수가 두 배 이상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크게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주도적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매도에 치중했고 주로 매수한 회사들도 주가가 많이 떨어져 이득보다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 2008년 10월 장중 892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4년5개월이 지난 현재 2000포인트에 근접했다. 지수가 두 배 넘게 오른 것은 외국인들이 코스피 지수에 상장된 국내 주요 회사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62조5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해 투자 주체들 중 순매수 폭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27조8200억원을 순매도 해 외국인들과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기관투자자들 중에서는 투자신탁에서 가장 많은 51조23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다. 투자신탁이 매도한 금액이 대부분 개인들이 가입한 펀드의 환매금임을 감안할 때 이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로 해석된다.
지난 4년이 넘는 시간동안 개인은 팔고 외국인은 사는 장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은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린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좋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이 가장 크게 순매수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POSCO, 기아차 등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하는 동안 주가가 두세배 오르며 높은 수익률을 안겼다.
반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회사는 OCI와 LG전자,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으로 몇년 사이 주가가 많이 하락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개인이 1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OCI는 외국인들이 같은 기간 1조1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회사로 집계돼 외국인들이 넘긴 물량을 개인이 대부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6개월 사이에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개인들이 최근 6개월 동안 1조17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기아자동차의 경우 주가가 28% 하락했으며 순매수 상위 기업인 엔씨소프트나 두산중공업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이 크게 순매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건설 등은 주가가 상승했다.
외국인들이 증시 상승의 수익을 가져가고 많은 개인들이 손실을 보면서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점차 소외되고 있다. 또한 손해를 본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면서 우리 증시의 거래대금도 6~7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증시는 오르지 못하고 정체된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빠른 정보력과 대규모 자금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기 전 충분한 공부와 준비를 통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손실을 보고 있다"며 "빈번한 매매 횟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등 투자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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