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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와의 전쟁 <下>. 불법 사설경주 피해와 현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날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 사설 경주(속칭 '맞대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도박 중독과 이로 인한 가산 탕진, 가정 파탄 등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유명 외국어 학원의 인기 강사였던 A씨(37세ㆍ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경마장에서 만난 사람의 소개로 사설 경마에 빠졌다가 재산을 탕진했다. 월 천만원대의 수입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A씨는 도박에 빠진 1년 반 동안 무려 4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저축해 놓은 돈을 다 잃고 난 후엔 본전 생각에 은행 빚을 얻어 사설 경마에 베팅했다. 채무가 늘어날수록 '한 방'의 유혹은 더욱 커졌고, 갈수록 도박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베팅액도 커졌다. 심지어 사설 경마장에서 급하게 '꽁짓돈'까지 빌려 쓰는 바람에 빚쟁이들한테까지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잠깐 정신을 차리고 1년간 부지런히 돈을 벌어 빚을 갚았지만, 그해 12월 마지막 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폭발하면서 다시 사설 경마에 빠지고 말았다. A씨는 도박중독재단으로부터 상담과 치료를 받은 후에야 가까스로 사설 경마를 끊을 수 있었다.

대학생 B씨도 우연히 경마장에 친구와 함께 놀러갔다가 사설 경마에 빠진 후 3개월 여 만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과 다음 학기 등록금을 몽땅 날렸다. 처음 돈을 잃고선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말도 못하다가 "딱 한 번만 더 가서 본전만 찾고 그만 두자"는 유혹을 참지 못했다. B씨도 전문가와의 전화 상담을 통해 치유 과정을 거친 후에야 사설 경마를 끊을 수 있었다.


A씨와 B씨는 그나마 다행스런 경우다. 상당수의 '중독자'들은 결국 한번 사설 경주 도박에 빠지면 그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재산을 날리고 몸과 마음까지 황폐해진다. 회사원 이모씨는 사설경정 사이트로 유인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를 받고 동료와 재미삼아 시작한 것이 수십억의 빚을 지게 되고 관련 사건으로 수사중이던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여성들의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해 '성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설 경주가 도박 중독에 빠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 피해자들이 국가 운영 카지노ㆍ경마ㆍ경정 등 합법적인 도박을 즐기다가 성에 차지 않으면 불법 사설 경주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급격히 자기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채정아 도박중독재단 상담사는 "불법 사설 경주가 도박에 좀더 깊이 빠지는 계기가 되는데, 잃은 돈을 다시 찾고자 하는 심리가 가장 큰 문제"라며 "건전하고 합법적인 레저로서만 도박을 즐기고 잃은 돈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사설 경주의 또 하나 중요한 폐해는 지하경제의 주요 돈줄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8년에 추산한 사설 경주 판돈의 규모는 58조원으로, 이후 매년 10~20%씩 신장했다고 볼 때 현재 대략 100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이 판돈은 '하우스'나 인터넷 사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직폭력배들에게 흘러가 범죄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 단속반이 적발한 맞대기 꾼들의 상당수는 조직폭력배들이 개입된 소규모 점조직들이었다.


불법 사설 경주는 국가 재정의 손실도 초래하고 있다. 세금을 들여 국가가 운영하는 경마ㆍ경정을 이용한 사설 경주를 통해 사익을 취한다. 세금 탈루는 기본이다. 또 합법 경마ㆍ경정ㆍ경륜의 매출액에도 손실을 끼친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미미한 실정이다. 사설 경정을 단속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단속반은 정규직원 2명에 일용직 5~6명이 고작이다. 해마다 불법 사설 경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단속 인력은 도저히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시장이 더 큰 경마의 경우 한국마사회가 별도의 불법 사설 경주 단속팀을 운영 중이지만 인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경찰의 단속 의지도 약하다. 경찰들은 불법 사설 경주 단속 실적을 절도ㆍ강도 등 중요 범죄에 비해 자체 평가시 크게 인정해주지 않아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한국마사회가 합동 단속을 요청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처벌도 경륜경정법 상 불법(유사) 사설경주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에 비해서는 처벌 강도가 약한 편이어서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공단과 마사회 등에서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 합법 경주 이용 활성화 등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단속반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ㆍ효율적 단속을 하도록 하는 한편, 경찰 등 기존 공권력들도 특별단속기간 운영ㆍ전담 수사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사설경주를 적극 단속하면 부당이득의 국고 환수ㆍ벌금 부과 등으로 재원이 마련되는 만큼 이를 부족한 복지 재원으로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 재원 마련이라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제대로 부합하고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게 바로 불법 사설 경주 단속이라는 것이다.


이에 법을 개정해 불법 사설 경주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배팅 허용ㆍ신고 포상금 증액(현 최대 1000만원)ㆍ인센티브와 위로금품 지급과 같은 서비스개선 등을 통해 합법 경주 이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윤관석 의원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불법 사설 경주를 강력히 단속하는 한편 도박 중독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 경주를 장려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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