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민주통합당이 꼬여만 가는 정국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해 내놓은 회심의 카드가 거부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7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완곡하면서도 단호하게 야당을 비판했다. 또 4·24 재보궐선거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분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은 대선패배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강한 야당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국면이지만, 퇴로도 출구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절박한 마음에 3대 요구안=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어제도 통큰 양보를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고 해 방송에 공정성과 중립성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달라는 요구였지만 이마저도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양보해서 길을 열어줘도 싫다는 것은 여전히 방송 장악 의도가 있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 나와 "MBC 사장이 물러나는 게 대한민국 정부구성의 조건이라고 한다면 우습지 않겠느냐"면서 "(민주당이) 스스로 모순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만약에 이 안을 저희가 백보 양보해서 받는다고 해도 민주당 의원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신당 당내 분열 =안철수 전 교수의 4월 조기 등판으로 민주당은 곤혹스럽게 됐다. 민주당은 사전 협의과정이 없던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양보할지 여부를 좀더 당당하고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민주당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와 손학규 전 대표의 연대전망까지 나오자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올해 내내 고통스러운 모색이나 반전 같은 것이 계속되지 않을까 하고 복잡하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야권이 분열되면 2017년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의 씨앗을 제공하지 말고 통합 혹은 연합, 연대라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어떻게 됐든 야권이 3분(分), 4분으로 나눠지면 거대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번번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패배책임론-전대룰 갈등=대선이 끝난 지 두달이 넘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대선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전날 중간보고에서 "대선(패배)의 책임 있는 분들이 내 탓이오 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상처가 치유되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후보를 비롯해 친노(친노무현) 등 선거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당 주류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노 주류측에서는 이미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이선 후퇴한 상태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을 두고도 친노ㆍ주류측이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전대 참여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반발했었다.
5ㆍ4 전대 선관위장을 맡게 된 이낙연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쇄신을 하려면 전당대회 이후에 해야 되는데 국민들이 쇄신이라고 받아주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고 실제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에 괴롭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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