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미국 골퍼들은 한국 골퍼들이 그린에서 '오케이'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공이 홀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땡그랑' 선율은 남녀가 오르가즘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과도 같은데 어떻게 이를 생략할 수 있냐는 이야기다. 골프의 정도를 왜곡하는데 대한 일종의 경종이기도 하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임기를 마치고 골프장에 나타난 대통령에게 "각하, 현역 때와 은퇴 후 무엇이 달라졌습니까"하고 질문을 던졌더니 "그린에서 '김미(오케이)'를 허용하는 거리가 전보다 짧아졌고, 나를 이기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조크로 받아쳤다. 우리가 남발하는 '오케이'는 영어로는 '김미(gimme)'이다. 기브미(give me)를 줄여서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김미는 사실 매치플레이에서 동반 골퍼가 충분히 1퍼팅으로 홀 인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퍼트 없이 홀 아웃을 인정해주는 일종의 배려다. 직역하면 '나에게 달라'라는 뜻 때문에 상대방에게 요청할 때만 쓴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줄 때 사용해도 된다. 아이젠하워의 사례는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할수록 홀과의 거리가 길어도 쉽게 허락하는 속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통 65세가 넘은 시니어골퍼에게는 긴 거리에서도 김미를 주는 게 예의다. 짧은 거리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심장마비와 뇌경색 위험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빠른 진행을 위해 홀을 중심으로 일정거리의 원을 그려 그 안에 공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김미가 되는 시스템도 있다. 정식 골프대회에서는 물론 아무리 짧은 거리도 퍼트를 생략했다면 2벌타 페널티를 받고 다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만약 홀 아웃을 하지 않고 다음 티에서 티 샷을 하면 실격처리다.
30cm 전후인 퍼터의 가죽 그립만큼 거리가 남았을 때 김미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인사이더레더(inside the leather)'라고도 한다. 참고로 "컨시드(concede)를 주다"라는 표현은 틀렸다. '컨시드(concede)'는 동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싶을 때는 '컨세션(concession)'을 써야 한다. 김미를 받고도 꼭 퍼트를 하려는 골퍼가 있다. 영어로 "Never putt a gimme(김미를 받았으면 절대 퍼트하지 말라)"라는 동반자의 불만 섞인 원성을 들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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