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이 세상에서 플레이하기가 가장 어려운 반면 속이기는 가장 쉬운 게임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 속임을 당한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또 속이기는 쉽지만 적발됐을 때는 엄청난 경멸을 감수해야 한다. '속이다(cheat)'라는 단어는 일상에서도 주로 좋지 않은 경우에 사용한다. 골프명언 중에 '골프에서 속이는 자, 모든 일에서도 속인다(Cheat at golf, cheat at work)'는 말도 있다.
미국은 정직과 믿음으로 이뤄진 사회라 골프장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면 비즈니스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종래에는 '인격 파탄자'로 분류된다. 골프에서 정직하지 못하게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숲속에서 '알까기', 그린 위에서 '동전치기', 벙커에서 손으로 공 던지기, 스코어 속이기 등 교활한 수법이 많다. 이런 식으로 동반자를 속이는 사람을 영어로는 '치터(cheater)'라고 표현한다.
핸디캡을 의도적으로 속여 내기에서 돈을 따거나 골프대회에서 상품을 타가는 골퍼도 있다. '핸디캡 치터(handicap cheater)', 또는 '샌드배거(sandbagger)'라고 한다. LA에 살고 있는 한 대학 후배는 내기골프에서 속이기를 밥 먹듯이 한다.
하도 속이니까 나중에는 미국인 친구가 화가 나서 '유 리틀 치트(You little cheat)!' 라고 쌍욕을 하면서 질타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 있다. 우리말로 '사기꾼아!'에 해당된다. 골프에서 자주 속이다 보면 자기인생도 속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우아한 삶을 살고자 하는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된다.
'윈드치터(wind cheater)'라는 용어는 괌이나 하와이, 대만과 같은 섬나라에서 맞바람이 강하게 불 때 의도적으로 낮게 치는 저탄도 드라이브 샷을 의미한다. 참고로 '남녀가 바람을 피우다'라고 할 때나 시험을 치를 때의 '부정행위'에도 '치트(cheat)'라는 단어를 쓴다.
한 문장을 소개한다. "She cheated on her husband with her golf coach(그녀는 남편을 속이고 골프 코치와 바람을 피웠다)." 골프나 인생이나 "한번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영원한 플레이보이로, 골프게임을 속이는 자는 영원히 스코어를 속이는 치터로 낙인찍히게 된다(Once a cheater, forever a cheater)"는 명언을 꼭 기억해 두자.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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