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입장을 밝힐 수 없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방 후보자가 가장 '소신'있게 한 말이다. 여러 노동 현안에 대한 방 후보자의 답변은 '입장 없음'이나 다름없었다.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이마트 불법파견,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시정 불이행 등에 대해 방 후보자는 묵묵부답과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방 후보자는 이날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입장 없음'이란 입장을 밝혀 여야 의원들에게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방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문제도 피해자들을 "챙기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하며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불법파견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현대차 최병승씨 사례나 불법파견으로 밝혀져 1만명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신세계 이마트 사례에 대해서도 방 후보자는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문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그간의 대처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불법파견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부 지시에 응하고 있지 않는 현대차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법률적인 판단여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해갔다.
쌍용자동차 문제, 이마트 신세계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꼽히는 고용 불안정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직결된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안팎에서 거센 개혁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금껏 '고용'에만 방점을 찍고 '노동'에는 소홀해 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에서 1978명의 불법파견을 적발했지만 2011~2012년 실태점검에서는 불법파견을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들은 명절 때 신세계 이마트에서 고액의 선물 세트를 받는 등 로비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방 후보자는 5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돼 후보자 꼬리표를 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부처 개혁과 함께 각종 노동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방 후보자는 지금 자질과 의지 모두 의심받고 있다. 분명한 입장은 확실한 정책을 낳고, 확실한 정책만이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 수 있다.
방 후보자가 이제부터라도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한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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