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탈리아 총선 여파가 유럽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까지 영향권 안에 들어 새로운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총선 다음날인 이날 열린 유럽 증시는 쑥대밭이 됐다.
특히 이탈리아 증시의 부진이 눈에 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에서 FTSE MIB 지수는 전일 대비 4.9% 폭락한 1만5604.3으로 마감됐다. 지난 1년 사이 최대 낙폭이다. 유럽의 우량주들로 구성된 유로스톡스 50 지수도 3.1% 빠졌다. 지난달만 해도 18개월 신고가를 기록했던 유로스톡스는 이로써 지난해 11월 말 수준으로 밀려났다.
투자업체 다이와 캐피털 마켓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토비아스 블래트너는 이탈리아 총선을 "시장 참여자들이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라고 평했다.
증시보다 채권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이날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27%로 하룻만에 0.4%포인트나 상승했다.
시장의 시선은 스페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처럼 긴축으로 국민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이날 스페인 증시에서 IBEX 35 지수는 3.2% 추락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34%로 상승했다. 독일 국채와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3.93%로 벌어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채 금리의 상승은 조달비용 증대로 이어진다. 스페인은 27일 5년ㆍ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한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지난해처럼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설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매입에 나서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유로화 사수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무제한적인 채권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시장을 달래고 나섰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갈로 스페인 외무장관은 "주식과 채권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총선 결과 발표 이후 "긴축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스페인이 ECB에 채권 매입을 요청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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