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세기 초 월스트리트 최고의 트레이더. 시세조종의 대가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는 전설적 투자자 중 가장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다른 전설들과 달리 그는 단기간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참담한 실패를 딛고 기적같은 부활로 세상을 놀라게도 했다.
리버모어가 처음 유명해 진 것은 1907년 패닉 때였다. 당시 그는 공매도로 단 며칠만에 100만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3000만달러나 되는 돈이었다. 그의 공매도에 J.P.모건이 주식 매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의 공매도 위력은 엄청났다.
이후 리버모어는 '월가의 큰곰'이란 별칭을 얻었다. 1920년대 주식시장이 이유없이 급락하면 리버모어의 공매도 때문일 것이란 루머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공매도를 할 때 증거금 10%만 가지고 했다. 보유 자산의 10배나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팅이 성공했을 때 얻는 수익은 엄청났다. 반대로 예측이 틀렸을 때 손실도 상상 이상이었다. 최고의 트레이더로 찬사를 받았지만 리버모어가 네차례나 파산을 한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 파산은 결국 그를 자살로 내몰았다.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은 기존 투자의 전설들과 맥을 달리 한다. 그의 대표적 전략인 피라미딩 전략을 살펴보자. 피라미딩 전략은 항상 돈을 버는 방향으로 피라미드를 쌓듯 매수 규모를 증가시켜 이익을 극대화 하자는 것이다. 리버모어는 꾸준한 시장 관찰을 통해 통계적인 안정성을 높인 덕에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 뒤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라다녔고,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았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담는다는 포트폴리오 이론 대신 리버모어는 대표 선도주를 파악해 집중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선도주는 시장에 맞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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