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봉림]
해남군, 문해교육사 활용 프로그램 시범 운영
“선생님 여기요, 여기도 봐주시오. 이렇게 쓰는 거 맞소?”
여기저기 선생님을 부르는 한글교실.
공부 열의가 후끈 달아오른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과는 달리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앉았다.
지난 25일 해남군 계곡면 사정교회(목사 김영일) 교육관에 모인 40명의 어르신들. 한글을 배우기 위해 함께 앉은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80세에 가깝다.
91세 최고령 김연이 할머니(계곡 가학리)도 1주일에 1번씩 빠지지 않고 한글교실에 참여한다. 설 명절에 손자들에게 주소며, 아이들 이름을 외워 쓴 공책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불지만 나와서 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좋아~”라며 환하게 웃는 김 할머니.
요즘 해남엔 김 할머니처럼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많다.
지난해 해남군 여성회관에서 배출한 문해교육사 30명 중 15명이 각 마을단위 한글교실 자원봉사를 펼치면서 한글교실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계곡면 사정마을과 산이면 건촌마을을 비롯해 모두 7곳의 한글교실에서 150여 명의 어르신들이 ‘가갸거겨’를 익힌다.
황산면 주민자치센터, 황산 시등교회, 문내 임하교회가 실시하는 한글교실까지 더하면 그 수는 300명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해남군은 올해 ‘성인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1000만원의 군비로 추진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3월 운영기관을 공모해 대상을 선정한 뒤 지도강사 수당과 교재비, 교육 기자재 및 교육장 운영비를 지원한다.
군 관계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군민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시범운영의 성과를 분석해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봉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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