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검토에 여야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대대열에 가세하고 박근혜 당선인도 28일 대변인을 통해 권한남용이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김동철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헌정 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 가장 나쁜 짓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지만 스스로 사면하는 셀프 사면은 고유권한 아니라 범죄일 뿐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을 빙자해서 권력형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국가 기강과 법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면서 "청와대는 종교계와 경제계, 정치권의 특사 요구 목소리가 많다고 하는데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에 대해서 사면을 요구한 곳이 어딘기 밝혀라"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면이 강행된다면, 이번 특사는 특별사면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측근 등 특정인을 위한 특정사면이고 권력을 남용한 특권사면"이라며 "사면문제를 두고 신구권력 충돌, 갈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박 당선인은 명분을 챙기고, 이명박 대통령은 실리를 챙긴다는 생색내기용 갈등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러한 신구권력간 갈등이 명분 쌓기, 생색내기용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건 갈등이 아니라 짜고 치는 밀당일 뿐"이라면서 "결국 이번 특사 강행으로, 이명박 정부는 남대문 화재로 정권을 시작해 특권사면으로 민심을 활활 불태우며 마감하게 됐다. 5년 내내 재만 남길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 가능성에 대해 "회사를 퇴직하면서 회사기물 갖고 그냥 나가는, 그런 것하고 비슷한 직권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나 인수위가 진정으로 반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제명 시키든가 출당조치 시키든가 해야 되는 것"이라고 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 정부 시작부터 국민을 분노케할 일이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말로만 특사를 반대할 게 아니라 책임지고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은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이라는 이름으로 권력형 비리로 수감 중인 대통령 측근을 풀어주라는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킬 특별사면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권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나와 "청와대가 국민화합을 위해 사면을 한다면 적어도 천신일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을 제외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 3명을 위해 백화점의 '미끼상품 끼워팔기'처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스스로 '특별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말씀을 뒤집는 것이라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특정인 몇 명을 특별사면하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데 대해 국민도 반기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박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말 특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뒤늦게라도 반대의사를 내지 않으면 박 당선인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책임을 지게 된다"며 "그러면 박 당선인 지지도가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미국 포드 대통령이 닉슨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가 지지도가 폭락했던 사례를 언급, "이런 것을 막으려고 박 당선인이 선긋기 용으로 나온 얘기가 아닌가한다"라고 추측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앞서 26일 논평에서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고서도 형기를 마치지 못한 이들을 현직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에 사면하는 관행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대통령 측근 등 권력형 부패사범을 특별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되며 사법정의에 어긋나서도 안 된다는 국민의 여론을 청와대는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의 현명하고도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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