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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살신성인' 실천하고 물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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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살신성인' 실천하고 물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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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정든 그라운드와의 이별. 남자는 은퇴를 선언하며 세 번 흐느꼈다.

“17년 야구인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더라고요.”


자의만으로 택한 은퇴는 아니었다. 그는 아직까지 수장이다. 1년여 전 비리에 얽혀 위태롭던 선수협회를 분골쇄신해 일으켰다.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돌아온 대가는 참담했다. 소속팀 SK는 지난해 11월 은퇴를 권유했다. 대신 코치연수를 제안했다. 남자는 구단의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더 뛰고 싶었다.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프로야구 전인미답의 통산 300홈런-300도루. 대기록 달성까진 33도루만이 남아있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꿈.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는 깊게 고민했다. 현역 연장에는 조건이 붙었다. 선수협회 회장 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한 달여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은퇴. 박재홍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비겁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창피하잖아요.”


박재홍이 화려했던 프로야구 인생을 정리했다. 25일 오후 서울 가든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무대에 오른 박재홍은 “더 잘할 자신도 열정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평생 야구인으로서 명예롭게 은퇴하겠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앞으로 다른 길을 걷겠다”라고 말했다.


박재홍, '살신성인' 실천하고 물러나다


그는 이미 프로야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그랬다. 1996년 데뷔한 박재홍은 첫 해 30홈런, 36도루를 기록하며 역대 최초로 30-30클럽을 개설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1998년 30홈런 43도루, 2000년 32홈런 30도루) 더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거듭났다. 통산 179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2할8푼4리 1732안타 300홈런 3000루타 1081타점 267도루. 300-300클럽을 간발차로 개장하진 못했지만,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외야수로 불리기에 충분한 발자취를 남겼다.


대기록을 놓친 건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탓이 컸다. 지난 시즌 박재홍은 46경기에서 118타석을 밟는데 그쳤다. 선수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기도 어려웠다. 인천에서 훈련을 마치면 매일 같이 선수협회가 있던 성남을 찾았고, 비리로 얼룩졌던 협회의 재건을 위해 수차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박재홍은 “선수협회 회장 일도 힘들었지만 기회를 너무 적게 받았던 게 너무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1년을 후회하진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값지다고 여겼다. 박재홍은 “봉사 기회를 부여받고 최선을 다해 위기에 빠진 선수협회가 정상화시켰다. 그 덕에 야구인들이 화합을 이루고 자존심이 지켜진 것 같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10구단 창단을 이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수혜를 받지 못하지만 정말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박재홍은 야구인들의 화합을 유도했다. 선수협회 초상권 비리에 연루돼 지탄을 받고 있는 손민한 전 선수협회 회장을 기자회견장에 데려와 공식 사과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손민한의 이어진 사과에 그는 “후배의 살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물론 용서의 여지는 팬과 동료들에게 있다”며 “많이 꾸짖고 나무라되 악성댓글은 삼가주셨으면 한다”라고 부탁했다.


박재홍, '살신성인' 실천하고 물러나다


사실 선수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피하는 자리다. 베테랑과 구단의 온도차가 높은 프로야구에서 박재홍의 사례처럼 은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수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쉽다. 은퇴 선언으로 곧 자리를 내놓게 된 박재홍. 그는 차기회장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고참은 소속팀 60명가량의 마음을 헤아리면 그만이지만, 선수협회 회장은 600여명의 선수 마음을 모두 헤아려야 한다. 이득을 노릴만한 감투도 아니다. 모든 선수의 이익과 명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그걸 해낼 수 있는 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도 자신보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걱정한 박재홍. 그라운드를 누비는 후배들은 참 좋은 선배 한 명을 잃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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