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광저우 선전시에 사는 왕정송(25)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지 3년이 됐다. 그는 쇼핑몰 수위, 웨이터 등 몇 개월짜리 임시직을 전전하면서 번듯한 직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공장 정규직 일자리를 지원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면 주강 근처의 공장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중국의 한자녀 정책으로 향후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중국의 대학생들이 공장 일을 기피하면서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대학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동안 대학생 수도 매해 4배씩 증가했다. 급여가 괜찮은 사무직 일자리를 원하는 학생들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구조는 수요만큼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과 건설업은 중국 경제 생산량의 47%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고급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 서비스 부문의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졸자의 증가는 좋은 일자리의 임금도 낮추고 있다. 2000년 선전시 상위 기업의 컴퓨터 공학 관련 일자리의 초임은 약 725달러(월급 기준)로 공장 노동자 임금의 10배였다. 그러나 현재는 약 550달러로 줄었으며 공장 노동자와의 격차도 두배를 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선전의 물가 상승률이 29%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임금이 깎인 것이다.
반면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연 두 자리수에 이르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광저우시에 있는 집안용 사우나 제조업체인 홍위안가구는 직원 1인당 임금 및 복지비용을 매년 30% 이상 늘리고 있다. 5년전 90~120달러이던 신입 노동자의 한달 임금은 현재 395달러까지 늘어났다. 현재 6명의 직원이 함께 지내던 숙소는 두명만 쓰는 아파트로 바뀌었으며 노동자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일하면 작업 반장에게 추가 수당도 지급된다.
사무직과 육체 노동자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대졸자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자녀 정책 속에서 자란 '소황제' 세대들이, 자라면서 이런 일에 종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배운 사람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유교전통도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구직을 가로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정송씨는 "앉아서 매시간 반복적인 일을 하는 공장일은 할 생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3년째 소득이 거의 없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그는 제조업 일자리에 대해 "힘든 일이 싫다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는 것"이라며 "교육을 더 받은 사람일수록 공장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는 전공 일자리의 초임 월급은 한 달에 240달러다.
메리 갤리거 미시간 대 중국연구센터 고문은 "오늘날 공장 일자리 회피는 중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스스로를 대중교육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학을 들어가는 순간 엘리트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중국 교육당국도 일자리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공장은 노동자가 모자라고 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일을 찾지 못하는 구조적 미스매치가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천안문 사태 당시에 비해 11배가 넘는 대학생들의 불만도 점점 늘어나 중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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