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엔화 약세, 원화 강세 현상으로 인한 한국과 일본의 수출 맞대결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한국에 대한 투자금을 일본으로 이동하는 자금이동현상까지 목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급격한 환률 변동으로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양국 증시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TV,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과 일본의 환율은 최근 극명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의 가치는 지난해 이후 26.6% 상승했다. 원화 가치 상승세는 일본의 양적완화 예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 지난해 11월이후 속도를 높였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상승하지만 같은 품목을 수출하는 한국 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으려고 지난 22일 낮은 이자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는 등 원화 강세 대비에 분주한 이유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수출 시장 뿐만 아니라 투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수출 업체에 투자됐던 자금이 일본 수출 업체로 옮겨가는 자산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런던에 있는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안젤로 코르베타 아시아 주식 부문 대표는 "투자 자금이 한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일본 자동차 업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도 최근 한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일본 자동차 업체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원고와 엔저로 일본 수출 업체와 한국 수출 업체의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각각 39%와 42%상승했지만, 현대자동차 주가는 0.9%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올해 들어 3%올랐지만,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큰 변동이 없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양국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의문의 해답을 찾으려고 조만간 있을 한국과 일본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연금 운용사인 다이암(DIAM)의 다케우치 구니노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부분 기업이 환 헤지를 했기 때문에 엔저가 올해 1분기에 일본 기업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오는 4월부터 엔화 약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일본 기업의 순익이 15%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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