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월 임시국회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의 실시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치권이 둘로 나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통합진보 등 야권이 시민사회단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전방위 활동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새누리당 일각과 쌍용차 노사는 오히려 국정조사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진보정의, 국정조사 촉구 국회 농성돌입=진보정의당 소속 7명의 의원단이 2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1월 임시국회 쌍용차 국정조사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농성에는 강동원 원내대표, 노회찬 공동대표, 박원석 원내수석부대표, 김제남 의원, 서기호 의원, 심상정 의원, 정진후 의원 등이 모두 참여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여야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24명의 죽음에까지 이른 쌍용자동차 사태의 위급함 때문이며 쌍용차 사태에 국가와 정치권이 회사 측과 더불어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오히려 쌍용차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매각과정, 그리고 대대적인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벌어졌던 잘못된 일들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가려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새누리당 이한구ㆍ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반대해, 여전히 이 문제에 관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가 일정까지 합의됐던 임시국회 개최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진보정의당은 원만한 임시국회 개의와 의사일정을 원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야가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쌍용차 국정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판단에 의원단 국회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성장에서 한 층 아래인 국회 정론관에서는 오후에 국정조사 반대기자회견이 열렸다. 쌍용자동차 노사와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지역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쌍용차와 지역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진정한 해답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치권은 쌍용차가 정상화되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본회의장 아래선 쌍용차노사, 지역단체들 반대회견=이들은 "쌍용차 사태와 같은 노동자의 아픔이 재연되지 않도록 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입법화해 해고의 두려움이 없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는 국민의 행복추구를 위한 본연의 기능인 입법화 추진에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쌍용차 정상화는 노사신뢰의 기초 위에 서야 하며 노조는 고용확대를 위해 실질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국정조사를 중단할 경우 마힌드라그룹의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노사와 정치권이 마힌드라그룹을 동반방문하자"고 제안했다.
김규한 쌍용차노조위원장은 "2009년 구조조정이후 노사와 전 임직원, 협력사, 판매대리점과 모든 가족들이 뼈를 깎는 고통분담과 헌신적 노력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져왔다"면서 "그런데 일부 노동단체 외 외부세력이 사회적 이슈를 통해 쌍용차 국정조사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회사 정상화와는 다분히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투자약속을 지키고자 이사회에서 투자승인을 기다리는 시점인데 이런 논란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국정조사가 이뤄지면 기업 이미지 훼손과 독립경영및 판매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노동조건도 하락한다"면서 "노사와 협력사 등 11만명의 일자리와 지역경제활성화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사와 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평택시민단체협의회, 평택시 국회의원(새누리당 원유철, 이재영 의원) 등은 최근 '쌍용차정상화 추진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를 발족한데 이어 '쌍용차 구정조사 반대를 위한 쌍용차 정상화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전날 전국 8개 지역에서 국정조사 반대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과 청원서의 서명운동을 펼쳤으며 이날 기자회견 직후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11만5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했다.
◆국정조사 여야 이견에 1월 국회 일정도 꼬여=쌍용차 국정조사는 1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더디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불가방침을 고집하고 있다"며 "쌍용차 국정조사 실현이 어려워 1월 국회개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문제도 민생현안이고 민생국회를 열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새누리당의 불통과 독선이 도를 넘는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반대입장은 완강하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정상화과 지연되는 것과 관련, "쌍용차 국정조사 등 몇 가지 중요한 사항에 대해 민주당이 계속 당파적 이익을 못 버리는 까닭에 최종적 타결이 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지금 굉장히 민생이 어려운데 새정부가 들어서서 국민이 선택한 방향대로 일을 하려고 하는 단계에서 계속 민주당이 발목잡기로 가면, 민주당은 점점 더 집권기회가 멀어질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쌍용차가 정상적으로, 자율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쌍용차 국정조사는 지금 시점에서 실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그는 "455명의 무급휴직자들이 다 복직이 돼 이제 정상적 회사의 가동이 대부분 갖추어진 상태"라며 "100여명 남아있는 정리해고자 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도 회사가 정상화 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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