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배 더 많은 볼보 삼킨 중국의 '자존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吉利)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각축장이 된 중국에서 현지인들 '자존심'을 지켜온 토종 브랜드다.
지리 창업자인 리슈푸(李書福) 회장(50·사진)은 미국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에 빗대 '중국의 헨리 포드'로 자처하고 있다.
자동차 시대를 연 헨리 포드와 중국에서 자동차 역사를 새로 쓰는 리 사이에 공통점은 많다. 두 사람 모두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농업보다 기계에 흥미가 있어 기계공이 돼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구도시 타이저우(台州)에서 태어난 리는 고교 졸업 후 종잣돈 100위안으로 자전거와 중고 카메라를 샀다. 관광객들 사진을 찍어주며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리는 종잣돈을 6개월만에 10배로 불려놓았다.
이후 작은 냉장고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냉장고 부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당시 활황이었던 가전제품 시장에서 성공한 그는 1990년대 부도위기에 빠진 국유기업 지리를 인수해 1997년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짧은 역사에도 지리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저장성 100대 기업 가운데 25위를 장식했다. 중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한 메이커가 된 것이다. 지리는 중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 중국인들 입맛에 맞는 우수 저가 자동차로 대성공했다.
2003년에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최초로 중국산 자동차의 해외 수출을 성공시켰다. 이후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2009년에는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3억3400만달러를 투자 받기도 했다.
지리는 오랜 협상 끝에 2010년 포드 자회사인 볼보를 18억달러로 인수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지리의 겁 없는 행보에 주변에서는 '지나친 도박'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고 있었지만 볼보는 매출이 지리의 20배에 이르는 '공룡'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는 볼보 인수가 지리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다. 볼보가 일궈낸 글로벌 명성으로 유럽 시장 진출과 해외 브랜드 강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 것이다.
리는 볼보 인수 후 2년 동안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볼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겠느냐는 스웨덴 국민의 우려와 달리 스웨덴 현지에서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섰다. 볼보의 기업문화를 존중한 것이다. 그는 "볼보와 지리가 다르다"며 볼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볼보가 1960~70년대 누린 영광도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지리는 세계적으로 자동차 48만3500대를 판매해 매출이 전년보다 15%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만 5만9654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56만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리는 지난해 자산 140억달러(약 14조7980억원)로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서 60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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