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20세 이하(U-20) 대표팀의 동계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8일 서귀포 호돈구장. 22명의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강상우(경희대)는 예외였다. 오른 발목을 다쳐 거동이 불편했다. 운동을 내려놓진 않았다. 훈련 시간 내내 양팔과 왼발만으로 근육을 다졌다. "아픈데 그냥 쉬지 그러나"라는 말에 강상우는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애들이 저렇게 열심히 훈련하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요. 다치지 않은 부위로라도 운동해 팀에 보탬이 돼야죠. 뒤처지고 싶지도 않아요."
한국은 지난해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에서 8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스포트라이트는 결승전 최우수선수(MVP) 문창진(포항)에게 쏟아졌지만, 강상우 역시 제 몫을 해냈다. 특히 우즈벡과의 준결승에서 그는 2골 1도움 원맨쇼로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수상한 대한축구협회(KFA) 대학 MVP도 강상우가 특급 유망주란 사실을 증명한다.
혹시 대회 뒤 동갑내기 문창진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한 것이 아쉽진 않았을까.
"전혀요. 팀에서 최고인 선수가 되기보단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포지션이 공격수라 공격 포인트에 욕심은 좀 있었죠. 그런데 8강까지 지독하게 골 운이 안 따라주는 거예요. 준결승전에 나갈 땐 마음을 비웠죠. '잘 하기보단 열심히 하자'라고. 그랬더니 두 골이나 터졌어요(웃음). 우승에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어요."
강상우의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다. 중학교 시절까진 특급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문제는 175㎝에서 멈춘 키였다. 중앙 공격수에게 큰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결국 그는 익숙했던 최전방 대신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탁월한 드리블,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 돌파 뒤 크로스 혹은 슈팅으로의 군더더기 없는 연계 동작 모두에서 빛을 발했다. 스트라이커 출신답게 많은 골도 뽑아냈다.
"감독님 권유로 오른쪽 날개로 전향했는데, 운 좋게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었어요. 첫 경기에서 골까지 넣어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지금은 딱 맞는 옷처럼 느껴져요. 공격수라면 어느 자리에서라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강상우은 어렸을 때부터 박지성(QPR)을 롤모델로 삼아왔다. 단순히 축구를 잘해서만은 아니었단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국내 최고 선수가 됐잖아요. 부상이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으로 이겨내는 모습,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점 등을 본받고 싶어요. 저처럼 키도 크지 않으시고(웃음)."
비범한 재능보다 평범한 노력의 가치를 알아서일까. 강상우를 지도했던 감독들은 하나같이 그의 '됨됨이'를 칭찬한다. 어린 나이에도 인성이 바르고, 자기 관리까지 철저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 계획대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몇 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할지 일일이 정해두죠. 휴식 방법이나 음식 하나도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지부터 생각해요. 축구선수라면 몸 관리는 기본인데, 감독 선생님들께서 그냥 좋게 말씀해주신 것 같네요."
미래에 대한 준비 역시 철저하다. 조만간 뛰어들 프로 무대에 대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근호(상무), 설기현(인천) 선배의 플레이 동영상을 많이 챙겨보죠. 에닝요(전북)도 좋아해요.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플레이를 좋아하거든요. 프로에 진출하면 패스 플레이와 측면 공격에 비중을 둔 팀에서 뛰고 싶어요."
올해 강상우의 가장 큰 목표는 6월에 있을 2013 터키 U-20 월드컵이다. 스페인·포르투갈·잉글랜드·프랑스 등 세계 축구 강호들과 자웅을 겨룬다.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무대. 각오는 꽤 다부졌다.
"지난해 친선대회에서 스페인과 붙었는데 기술적으로 한층 우위에 있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팀을 이기려면 조직력을 다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제 약점인 피지컬을 보완하는 데도 힘쓸 생각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선 알아주는 팀이니 유럽·남미 팀도 우리를 얕잡아 볼 순 없을 거예요. 자신감을 가진다면 또 한 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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