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늦깎이 출범 2주째를 맞고 있다. 불통, 먹통, 깜깜이 인수위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로비를 차단한다고 명함을 찍지 않고 인수위에 철저한 함구령이 떨어지면서 인수위 인사들이 출퇴근ㆍ식사 전후에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하고 휴대전화에 응하지 않는게 일상다반사다.
인수위가 새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다보니 앞으로 남은 40여일간의 인수위 활동 기간은 각 기관과 단체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는 향후 5년간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시기다. 차기 정부조직개편안이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다.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관가와 공공기관도 생존이 걸려있다.
전국민적인 관심사에서 언론의 역할과 의무가 시작된다. 인수위와 인수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고 그들의 머리와 귀, 입에 온 촉수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인수위는 이런 모든 촉수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언론의 보도를 소설로 폄훼하고있다.
인수위 성패의 관건이 철통같은 보안이 생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철통같은 보안이 불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수위가 국정운영의 방향과 틀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총선과 대선의 공약의 이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당선인과 인수위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온 국민이 같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나라살림이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인수위원간에도 이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의 과정이다.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을 맡았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고 하지만 당사자나 어느 누구도 그 일신상의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인수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수위에 참여한 인사들을 보면 수능시험의 출제위원을 보는 듯하다. 그나마 장소(인수위 사무실)과 인명이 공개된 것만 차이가 날 뿐이다. 수능시험 출제위원들은 근 한달여 동안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고 외부와 완전히 연락이 차단된 채 합숙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감금되다시피하고 1%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박 당선인이 총선과 대선을 싹쓸이한 데에는 비대위의 역할이 컸다. 비대위에서 김종인·이상돈·이준석 위원들이 당의 정강정책과 쇄신은 물론 공천과정에서 거침없는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내 경제민주화모임과 쇄신파들은 만인지상 박 당선인과 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인수위가 비대위와 같을 순 없고 같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지금 인수위는 PR(Public Relations,홍보)의 잘못된 원칙을 좆아가고 있다. 홍보맨들 사이에서 PR은 "피할건 피하고 알릴건 알리자"다. 지금 인수위의 PR은 "무조건 피하고 알리지도 말라"다. 무조건 감추고 가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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