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기아자동차가 K5, 뉴쏘렌토R 등 인기차종의 가격을 최대 63만원까지 인하한다. 또한 플래그십세단 K9의 경우 일부 트림 및 사양을 조정한 K9 2013을 출시하며 기존보다 최대 291만원까지 가격을 낮췄다.
이는 거세지는 수입차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내실경영'을 위해 내수시장 사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기아차에 따르면 회사는 K5, 쏘렌토R 등 인기차종 일부트림의 가격을 인하키로 하고 이 같은 방침을 영업소에 전달했다.
가격 인하 차량은 K5 1개 트림, 뉴 쏘렌토R 4개 트림 총 5개 트림이다. K5는 2.0 가솔린 프레스티지 트림을 기존 2665만원에서 2636만원으로 29만원 낮췄으며, 뉴 쏘렌토R은 R2.0, 2.2모델의 리미티드(LIMITED) 스페셜 트림을 기존 트림에서 각각 60만원, 63만원 인하한다.
수입차 공세가 특히 거센 고급차종은 대대적으로 손봤다. K9의 경우, 출시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K9 2013이 출시됐다.
K9 2013은 기존 3.3 모델 4개 트림에서 3개 트림으로, 3.8 모델의 경우 5개 트림에서 3개 트림으로 단순화했다. 트림 별로 4~8개의 옵션이 있었던 것을 1~4개로 축소하고, 패키지 옵션을 트림별 기본 적용하거나 단품 옵션으로 변경했다.
기본 모델인 3.3 프레스티지의 경우 인기 옵션을 기본 적용했지만 판매 가격은 5228만원으로 동결했다. 이그제큐티브 트림(구 노블레스 트림)의 가격은 기존 5821만원에서 5530만원으로 291만원 내려갔다.
기아차의 이번 가격인하 결정은 앞서 5개차종 10개트림의 가격을 낮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수입차 공세 대응 및 내수시장 방어를 위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처럼 내수 시장을 내주기 시작하면 글로벌 전략의 큰 틀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지난해 기아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48만2060대에 그쳤다. 현대차 또한 66만777대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9월부터 연말까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그대로 판매 일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K9의 경우, 신차효과기간이라는 3개월도 채 되지않아 월 판매대수가 급감하며 당초 기대했던 연간 판매목표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관세장벽이 낮아진 수입차는 공세를 강화해나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사상 최대인 13만대를 돌파했다. 2009년 대비 무려 2배를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수입차업계는 올해도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다양한 차종을 라인업에 올리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수입차 업계에 안방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에 이은 기아차의 가격인하 발표는 정 회장이 올해 화두로 내실경영과 사회에 공헌하는 모범기업을 강조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화두는 품질 등 질적성장을 통해 내실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수시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정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 기업이 돼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해, 이번 인하 결정은 새 정부 최대과제인 민생안정, 내수살리기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사례로도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가격인하 결정에 따라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타 완성차 브랜드들의 조치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