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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화 '타워'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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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영화 '타워'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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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사람이 개만도 못하다?' 유사시 군인이 군견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군대식 농담이다. 그런데 김지훈 감독의 영화 '타워'를 보면 딱 그렇다.


1974년 헐리우드 대작 '타워링'을 연상시키면서도 이 영화가 연말연시 최대 흥행작 반열에 오른 건 비단 컴퓨터그래픽 기술 때문만은 아니다. 타워에는 2013년 현재 한국에서의 초고층 주상복합이 갖고 있는 정치ㆍ경제학적 측면을 엿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화염에 휩싸인 타워스카이 꼭대기 헬기 구출 장면에서는 애완견 한 마리가 현역 국회의원 부인의 손에 안긴다. 타워 붕괴 직전이어서 그 헬기를 타지못한 수십명의 사람들은 결국 개만도 못한 운명을 맞는다. 정치권력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인표가 연기한 조 사장은 초고층에 거주하는 부유층의 아바타다. 2002년 강남 타워팰리스 완공 후 초고층 주상복합은 한국사회 특권계층의 상징이 됐다. 3.3㎡당 최고 1억원 가까이 올랐던 초고층 주상복합의 시세엔 고급 마감재와 커뮤니티 시설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막강한 자본에 근거한 힘을 가진 조 사장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위해 경찰 수뇌부를 압박하면서까지 헬기를 동원해 인공 눈을 뿌린다. 타워스카이 108층 전망대 파티에 참석한 소수의 입주자들은 그들만의 헤븐(Heaven)에서 돈과 권력이 주는 효용을 만끽한다.


타워가 붕괴되며 의원 부인과 개, 조 사장이 구출되는 것은 권선징악을 위해 죽는 것으로 처리하는 방식의 결말보다 현실적이다. 로또에 당첨돼 입주한 김장로(이한위)는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아래서 죽음을 맞이해 끝까지 주류에 끼지 못한다. "돈이 있어도 결국 그들의 커뮤니티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최고급 아파트 입주민의 말이 교차되는 대목이다.


폭발 속에서 무너져내린 타워스카이의 운명은 최근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 시세가 반토막 나버린 고급 주택의 현실을 오버랩시킨다. 그러나 최근 경매시장에서 랜드마크 주상복합은 급매물 시세보다 높게 낙찰되며 그 가치를 입증해 준다. '타워'의 경제적 위력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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