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추진 한 달
박원순 시장, 민생현장 10개소 방문해 시민들 만나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입가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다. 낮은 곳을 향한 시선과 맞잡은 두 손에선 서로를 향한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혹한의 추위를 나고 있는 이웃들에게 눈앞에 나타난 시장은 ‘반가운 손님’ 그 이상이었다. 하나하나를 세심히 챙겼고 가려운 부분을 물었다.
때론 절절함이 묻어나는 하소연도 있었다. 시장은 “그런 걸 살피러 직접 나왔다”며 웃었다. 시장과 시민들의 허심탄회한 대화에 매섭던 동장군의 기세도 주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민생 현장점검에 나섰다. 20일 새벽부터 시작된 12시간 릴레이 일정으로, 옷차림도 점퍼에 목도리로 단출했다.
이날 오전 남구로역 인력시장과 금천구 혜명양로원 등에서 급식봉사를 마친 박 시장은 오후 첫 일정으로 서울시 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용산 효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그는 참석자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했다.
간담회에선 서울시 복지시스템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문종석 푸른시민연대 대표는 “민과 관의 역량 사이에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관은 관끼리 민은 민끼리 협력하려 하다 보니 서로의 자원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실장 역시 “종종 주민은 없고 복지 대상자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마을 중심의 인적, 물적 자원 결합과는 별개로 그저 사업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어떤 정책을 만들기 전에 현장가와 전문가들이 ‘OK’ 할 때까지 얘기를 들으라고 주문한다”며 “민관 거버넌스 차원에서 각 마을이 중심이 돼 역으로 정책을 수립해 올라오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시장은 종로3가역과 종묘공원을 돌며 시민들을 만났다. 만나는 시민들에겐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고, 반갑게 악수도 나눴다. 오재열 종로3가역장을 면담한 그는 공원으로의 이동을 위해 계단을 오르던 중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어르신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종묘공원에 이르러선 추위 속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박 시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인근에 있던 수백명의 어르신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가장 먼저 들은 민원은 공원 입구에 방치된 공사현장을 속히 정리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 밖에 어르신들이 바둑과 장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한 시민의 사인 요구에는 “아이에게 꼭 전해주라”며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전달하기도 했다.
공원 중앙에선 폐품을 팔아 생계를 잇는다는 노부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깊이 패인 주름과 거칠어진 손에서 그들이 지나 온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었다.
노부부는 “새벽에 일찍 나가면 챙길 만한 것들이 있다”며 “1kg에 70원을 받던 폐휴지가 지금은 30~40원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시장은 “폐품을 옮기는 데 불편함은 없으시냐”고 물었고 “시에서 새 리어카를 구입해 교체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생활필수품이 담긴 박스를 노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시립 서울노인복지센터로 이동한 그는 어르신 식당과 쉼터 등을 꼼꼼히 살폈다. 현재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은 하루 평균 2500여명, 이 중 500여명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30여개 동아리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센터 북카페를 방문해선 어르신 복지에 대해 관계자들과 약 20분 간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역 앞 노숙인 희망지원센터와 응급대피소, 마포구 현석동의 옥토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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