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일 풍경 이모저모… SNS엔 인증샷 봇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19일 서울지역 2200여개 투표소 곳곳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다소 한산했던 투표소에 오후 들어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긴 대열이 형성됐다.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온 유권자들은 혹한 속 손을 비비고 발을 구르면서도 꼭 투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낮 시간 이후엔 미처 투표를 하지 않은 2040 세대들이 투표행렬에 함께 하면서 유례 없는 줄서기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경 강남구 개포4동 4투표소 역시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투표소 앞으로 늘어선 줄만 30여m였다. 긴 줄을 형성한 젊은 세대들 사이로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 부대들의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다.
대열 뒤쪽에 있던 주민 김영현(42·남) 씨는 “대선구도가 박빙이어서 그런지 유권자들의 투표의지가 증폭된 것 같다”며 “이렇게 투표소 앞에 줄을 서 기다려 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투표소까지 입장하는 데는 이후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4도, 낮에도 기온은 영하권에 머무르며 매서운 동장군의 기세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투표열기에 한 겨울 추위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두터운 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하얀 입김을 뱉으면서도 대선향배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20~30분 가까운 시간을 추위 속에서 보냈다.
투표 마감시간(오후 6시)이 가까워지면서 막바지 투표를 서두르려는 유권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65.2%를 기록해 지난 17대 대선(63.0%) 최종 투표율을 넘어섰지만 이후에도 유권자들의 표심은 투표소를 향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투표를 마쳤다는 대학생 양정복(26·남) 씨도 “여유 있게 투표장에 가려다가 SNS에서 줄서기가 벌어진다는 얘길 듣고 바로 나왔다”며 “왠지 모르게 이번 대선은 투표 분위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투표독려 분위기에 맞춰 SNS 상에는 시민들이 올린 투표 인증샷도 봇물을 이뤘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투표소 푯말과 조형물 등을 배경 삼아 다양한 포즈를 연출했다. 그 중 일부는 투표도장을 손목이나 손등에 찍어 투표여부를 알리기도 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에게 SNS를 통한 인증샷은 정치참여의 새로운 흐름과 추세로 자리잡은 듯 했다.
인증샷 대열에는 평소 SNS를 활용한 소통으로 잘 알려진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종로구 혜화동 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인증샷을 게재했다. 아울러 그는 “잠을 자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투표하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며 “투표만이 좋은 정치,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서울시내 곳곳도 투표를 마치고 휴일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다. 주고받는 대화의 화두는 단연 대통령선거 결과였다.
오후 5시 30분경 찾은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곳곳에서도 ‘박근혜’와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들렸고, 몇몇은 지지후보 당선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투표마감과 함께 공개되는 출구조사 결과를 위해 대형 스크린 앞에 집결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출구조사와 개표방송을 시청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연옥(53, 여) 씨는 “아무래도 후보자 간 지지율이 백중세다 보니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며 “서둘러 귀가해 개표방송을 지켜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선 방송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한 편에선 환희와 함성이 다른 한 쪽에선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지후보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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