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이틀 전 상황 보면
현재의 '朴중심' 보수결집 위력 실감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확히 5년 전 오늘(12월17일),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뒀던 날에 보수진영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7년 이날 하루 동안에는 이명박 당시 후보와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자 입장이었던 박근혜 현(現) 대선후보가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이날의 상황을 돌아보면, 박 후보 중심으로 형성된 지금의 보수결집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견고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제2의 보수후보'로 대권에 도전해 15.1%를 득표한 이회창 후보는 이날 박 후보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경북 안동 유세를 마치고 KTX로 상경한 직후였고, 박 후보 측에 예고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 후보는 사흘 전 한 차례 박 후보 자택을 방문했으나 허탕을 친 바 있었다.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찾은 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후보가 박 후보 보좌관을 통해 만남을 요청했으나 박 후보는 "갑자기 찾아오셔서 손님맞을 여건이 안 된다"며 돌려보냈다.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구애'에 열을 올렸던 건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고 'BBK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박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이명박 후보를 향해 "이렇게 눈 뜨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지도자가 되고 어떻게 이 나라를 바로세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를 향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 결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박 전 대표와 함께 우리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갈망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얘기를 전해들은 박 후보는 이날 측근들에게 '어떻게 그런 말이 나돌 수 있나'라는 취지의 답을 하며 일축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결국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득표율은 48.7%였다. 이회창 후보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명박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할 수도 있었다.
5년이 지난 2012년 현재, 이회창 전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뒤 지원유세를 다니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및 새누리당 입당선언을 하면서 "박 후보가 사흘 전 제 자택에 비공개로 찾아와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요청했고 이 때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고 그간의 유세에서 잇따라 주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난 대선 때의 이회창 후보만큼 영향력 있는 '제2의 보수후보'는 없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이른바 비박(非박근혜) 주자들이 박 후보를 공동견제하며 파열음이 난 때도 있었으나 모든 상황은 박 후보 중심으로 정리됐다.
민주ㆍ진보진영 또한 문재인 후보로 '수렴'돼 선거 구도는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진검승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둘 중 한 명이 과반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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