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의 '아시아 챔피언'과 일본을 대표하는 'J리그 챔피언'의 맞대결이다. 단순한 순위결정전을 넘어 '대리 한·일전'이란 자존심 싸움까지 걸렸다.
울산 현대가 1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2012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5·6위 결정전을 치른다.
울산은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며 아시아 대표로 클럽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반면 히로시마는 올 시즌 J리그 우승 개최국 초청팀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아쉽게도 두 팀 모두 6강에서 패하며 5·6위전으로 밀렸다.
승리가 의미하는 건 '유종의 미'뿐만이 아니다. 상금부터 5위(150만 달러)와 6위(100만 달러)는 50만 달러(약 5억 원)의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한·일 간 라이벌 구도가 바탕에 깔렸다. 4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시아 챔피언'으로서 J리그 우승팀에게 패할 수 없다는 울산의 각오도 남다르다.
울산의 팀 컬러는 '철퇴 축구.' 곽태휘-에스테벤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비를 기본으로 하면서, 공격 시엔 최전방 4~5명이 한꺼번에 상대를 몰아쳐 '한 방'을 만들어낸다. 역습과 세트피스에서 그 위력은 더욱 커진다. 김신욱의 높이와 이근호-하피냐의 빠른 발, 김승용의 정확한 킥력 등을 두루 갖춘 덕이다.
몬테레이(멕시코)와의 6강전에선 이런 장점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김신욱이 상대 장신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꽁꽁 묶이면서 공격의 실타래가 풀리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아시아 클래스에선 김신욱을 활용한 높이의 철퇴 축구가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자원들의 J리그 경험도 한 몫 한다. 이근호·김승용·하피냐는 지난해 감바 오사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J리그판 닥공'을 펼친 바 있다. 곽태휘도 2010년 교토상가에서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었다. 히로시마의 전력과 공략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꿰뚫고 있어 자신감이 있다. 김승용은 "히로시마가 스리백을 쓰는 동시에 수비가 탄탄하지만, 지난해 상대해봤던 팀이라 충분히 공략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역시 "한국은 일본보다 피지컬에서 앞선다"라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요주의 인물은 2012시즌 J리그 득점왕 사토 히사토다. 22골을 터뜨리며 히로시마 공격의 선봉에 섰다. 더불어 수비수들의 변칙 전술도 위협적이다. 보통 스리백을 쓰는 팀은 측면 윙백들이 공격에 가담하는 빈도가 높다. 히로시마는 다르다. 좌우측면 센터백인 미즈모토 히로키-모리와키 료타가 공격에 가담한다. 수비수임에도 2012시즌 모리와키가 4골, 미즈모토가 2골을 각각 기록했을 정도다. 둘 중 한 명이 공격에 나설 땐 수비형 미드필더 아오야마 토시히로가 커버 플레이로 빈틈을 매워 수비도 탄탄하다.
이에 김 감독은 "히로시마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공이 나오는 과정이 부드럽고 빠르다"라며 "중원 장악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근호-김승용 등 측면 공격수들은 1차적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을 막아줘야 한다"라며 "이후 우리만의 철퇴 축구로 상대를 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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