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금값은 올해 들어 여러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10년 동안 이어진 ‘황금빛 랠리’가 끝났다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진 금을 당장 내다파는 것은 성급한 결정일 수도 있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7일 “월스트리트에서 널리 퍼진 농담 중 하나는 ‘골드만삭스의 투자분석을 보면 그 반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라면서 노무라처럼 금 매수를 추천하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를 돌아보면 금값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와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양적완화 등으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달러도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란 핵문제와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장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도 많았다. 그럼에도 올해 금값은 올해 뉴욕증시 S&P500지수 상승률 10.2%에도 미치지 못하는 7.8% 상승에 그쳤다.
때문에 2013년은 금에서 손을 뗄 때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2월 인도분 가격은 7일 전 거래일보다 0.5% 오른 온스당 1701.80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인 6일에는 온스당 1688.30달러로 11월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기준금리도 인상될 수 있다”면서 금값 전망을 낮춰잡았다. 향후 3개월 금값 예상치는 종전 예상보다 0.8% 낮은 온스당 1825달러, 6개월 이후는 7.0% 떨어진 온스당 1805달러, 1년 뒤 가격은 7.2% 하락한 온스당 1800달러로 내다봤다. 2014년 평균 가격 전망은 이보다도 낮은 1750달러로 전망했다.
반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FRB의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조치가 올해 연말로 종료되면 FRB가 매입하는 장기 채권은 매달 85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줄어든다. FRB 내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에도 추가 채권매입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미 고용시장의 안정적인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부양책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또 연말 ‘재정절벽’ 이슈 역시 지난해 부채한도 상향 논란 속에서 금값이 올랐던 전례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높인다. 노무라는 “금값이 온스당 1700선을 밑도는 지금이 ‘전술적으로’ 금을 매입할 기회”라고 언급했다.
스웨덴 시장분석업체 SEB의 필립 페터손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슈퍼스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맞지만 '퍼펙트 스톰'은 아니다"라면서 "당장 금값 약세에 베팅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며, 만약 내년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성장세를 높인다면 금값은 '게임 오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결론은 상반되지만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금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면서 “장기적 관점이라면 모르겠지만 단기투자를 노린다면 지금은 금을 사야 할 때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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