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수성보다 글로벌 신약 개발에 매진" 강조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동아제약은 1967년 이후 46년째 제약업계 1위다. 그러나 이 진기록도 올해로 끝이다. 지주사 체제 도입으로 내년이면 사업회사가 둘로 쪼개지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하는 ㈜동아(가칭)는 녹십자ㆍ대웅제약ㆍ유한양행ㆍ한미약품에 이어 업계 5위 수준이 된다.
제약회사들은 순위에 매우 집착한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평생의 꿈이 업계 1위"라 말하고 다니는 회장님이 여럿 있다. 경쟁사와 엎치락뒤치락 할 때는 '편법'을 써서라도 순위를 올리려는 회사도 흔하다.
하지만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사진)은 '부동의 1위'라는 명예를 과감히 내던졌다. 강 회장이 어떤 마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얼마 전 동아제약 80주년 기념식 인사말에 그대로 녹아있다.
"신약개발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며 우리의 비전 달성을 앞당기는 길입니다. 앞으로 동아제약은 연구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매진할 것입니다." 상투적 표현 같지만 타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말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나빠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약업계는 지난 몇 년간 대형 악재를 여럿 겪었다. 업계 관행인 리베이트가 원천 봉쇄됐고 영업은 위축됐다. 한미FTA의 최대 피해자 역할도 맡았다. 올해는 매출액 30%가 한 번에 사라지는 약가인하도 당했다. 때문에 타 회사 CEO들의 인사말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는 있지만" 식의 핑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강 회장은 국내 환경 변화에 연연하지 말고 시야를 해외로 돌리라고 직원들에게 연신 주문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우리가 가야할 길은 국내 1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약사를 만드는 것이란 게 강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라며 "과거에는 회사의 성공을 위한 비전이었다면 지금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 동아제약은 글로벌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제약사다. 지난해 최첨단 R&D 센터를 완공했고 올해는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위한 바이오연구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또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GSK, 바이엘 등 다국적제약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잡는 전략도 도입했다.
그러나 매출액 1조원 안팎의 동아제약에게 글로벌 제약사란 비전은 여전히 먼 길이다. 강 회장은 "신약개발은 끝을 알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으로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업계 1위 자리를 내놓은 내년은 험난한 여정의 첫 분수령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와 항생제 테디졸리드의 미FDA 승인 여부가 내년 안에 결정된다. 동아제약의 사운이 여기에 걸려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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