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나는 지금 이순간에도 자네가 동교동을 버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박근혜 후보에 갔다는 사실이 믿지지 않네. 친구, 이러면 안 되지 않는가? 나중에 우리가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
동계동계 1세대인 김옥두 전 민주당 의원은 5일 한화갑 전 대표에게 충고가 담긴 공개서신을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한광옥 전 의원과 함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보낸 편지 제목을 ‘친구 한화갑에게 보내는 김옥두의 가슴 아픈 편지’라고 했다. 두 사람은 1965년 박정희 정권 시절 동교동에 들어와 45년간 민주화 운동과 ’민주당-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를 거치며 정치적 동지로 운명을 함께 했다.
A4 3장 분량의 편지에서 김 전 의원은 “꽁보리밥과 고기뿐만 아니라 피와 눈물을 함께 나누면서 모진 고난의 세울을 이겨오지 않았는가” 라며 “그런 자네가 왜 이번에는 내 눈에서 또 피눈물을 나오게 하는가?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비기지는 못할 지라도 우리는 지난 50여년을 친구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로 평생을 같이 해 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당에 대해서 서운한 점이 많은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네만, 그렇다고 자네가 평생 쌓아 온 모든 것을 저버리고 그렇게 갈 수가 있는가”라며 “자네는 민주당 대표까지 하지 않았는가? 한 때 ‘리틀 DJ’로 까지 불리던 자네가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이 된 2009년 6·15 선언 9주년 기념식을 떠올렸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게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얼마 전 나에게 하늘이 두 쪽 나도 박 후보에 안 가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라며 최근 한 전 대표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아울러 그는 “정녕 발길을 돌릴 수 없다면, 최소한 언제 어디서든 부디 더 이상 우리 대통령님을 거론하지는 말아 주게. 그게 대통령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는가”라고 당부했다.
김 전 의원은 “권노갑 형님과 나는 죽어서도 대통령님 곁에 가서 영원토록 모시겠네. 안타깝게도 우리 곁에 자네 자리가 이제 없을 것 같아 허전하고 슬프기만 하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은 “부디, 우리가 함께 살아 온 고난의 세월, 그러나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깊이 반추해 주길 바라네. 잘 있게”라고 글을 맺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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