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글로벌화, 상대방 주요 사업 앞다퉈 확대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이 닮아가고 있다?
은행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은행은 전통적으로 각각 글로벌 금융 부문과 중소기업 금융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 상대방의 강점인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보이고 있는 변화다.
우선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이 올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0월 말 기준 16조4000억원으로 2월 말에 비해 2000억원 줄었다. 외형상 잔액은 줄었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올해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중소기업으로 집계되던 잔액 2조1000억원이 대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 윤 행장이 취임한 이후 8개월 동안 늘어난 중기 대출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윤 행장은 연초 취임 직후 "떠나간 고객을 되찾겠다"면서 올 한해 중소기업 고객을 만나기 위해 직접 뛰었다. 추락한 실적은 물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바로 기업금융의 뿌리가 되는 중소기업 지원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다.
윤 행장은 또 중소기업전담지원부서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의 창업ㆍ성장ㆍ성숙기 등 생애주기에 따라 특화된 대출 상품을 출시하도록 외환은행 직원들을 독려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던 시절에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쳐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때 오히려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 기업은행을 자산규모 4위 은행에 올려놓는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외환은행 윤 행장이 올 한해 중소기업에 애정을 보냈다면 기업은행 조 행장은 글로벌 거점 확대에 정성을 쏟았다.
조 행장은 올해 세계 주요 은행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기업은행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반면, 이들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조 행장의 판단에서다.
조 행장은 독일의 도이치은행, 호주 ANZ은행,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러시아 VEB은행 등 7개국의 주요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 연말까지 오대양 육대주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조 행장의 연초 목표가 사실상 달성된 셈이다.
조 행장은 남아프리공화국, 필리핀, 터키, 미얀마 등의 주요 은행들과도 업무협약을 협의 중이다. 업무협약은 해당 국가 진출을 위한 초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 행장은 조만간 중국의 텐진과 옌타이에 영업점을 추가하고 내년에는 베이징에도 영업점을 개설토록 했다. 베트남의 경우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 베트남 남ㆍ북부의 주요 경제거점인 호치민과 하노이를 아우르는 현지 영업망을 구축토록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각 사업 분야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결국 두 은행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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