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프로다운 냄새가 나는 듯하다. 한국프로야구 스토브리그다.
과거 스토브리그의 주된 화제는 ‘어떤 선수가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느냐’였다. 연봉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구단들의 다양한 래퍼토리는 덤. 매 시즌 일반화됐던 풍경은 최근 크게 달라졌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됐고 이들의 이동에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 지명이라는 새로운 규정이 곁들여졌다. 매년 선수들의 이동은 늘고 있는 추세. 올 시즌은 특별지명도 있었다. 1군 진입을 앞둔 NC가 각 구단에 10억 원씩을 주고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을 데려왔다. 10구단 창단으로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2년마다 열리는 2차 드래프트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적 시스템. 이제 전력보강은 철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로 진행돼야 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구단은 롯데다. 김시진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시련을 겪었다. FA 자격을 획득한 홍성흔(두산)과 김주찬(KIA)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보상선수, 트레이드 등을 통해 약점의 최소화를 노렸다. 타선과 마운드의 공백은 효과적으로 메워졌다. 롯데는 두산과 KIA로부터 FA 보상선수로 각각 김승회와 홍성민을 데려왔다. 김승회의 가세는 투수진에 큰 힘이다.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데다 어깨마저 싱싱하다. 올 시즌 김승회는 생애 최다인 120.1이닝을 소화했다. 두산으로선 땅을 칠 일. 선수단은 김동주, 홍성흔, 최준석, 윤석민, 오재일 등 지명타자 후보들만 즐비하다. 1루수와 지명타자, 두 자리를 효과적으로 배치한다 해도 이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좋은 선수들은 많지만 과부하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반면 롯데는 수혈이 필요했던 불펜까지 활기가 돌게 됐다. 홍성민은 이제 겨우 23세다. 데뷔 첫 해 48경기에 출전한 경험은 롯데의 특급 필승계투조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어렵게 키운 유망주의 이탈에 선동열 KIA 감독의 마음은 꽤 쓰라릴 것이다. 롯데의 전력 보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베테랑 장성호를 영입해 왼손타자 부족과 빈약해진 중심타선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올 시즌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은 장성호는 최근 부상 후유증을 훌훌 털어냈다. 2010년부터 내리막을 그렸던 타격 페이스마저 상승세로 바뀌어 반등이 예상된다.
사면초가에 놓였던 롯데의 반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중심에는 김시진 감독이 있었다. 직접 팀에 필요한 부분을 체크, 보강해 새로운 항해에 가속도를 붙였다. 투수 출신인 그는 현대 코치 시절 팀의 ‘투수왕조’를 이끌었다. 특유 스타일이 롯데에 잘 스며들지 여부는 내년 롯데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주요 관점 포인트다. 관건은 하나 더 있다. 주축타자들의 이동으로 허전해진 중심타선이다. 장성호가 합류했지만 팀 득점력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홈런 개수는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08년과 100개 이상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카림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등 수준급 타자 4명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흥식 코치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대안을 찾겠지만, 입지를 공고히 다질 만한 선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롯데 팬들은 이제 가을야구가 아닌 우승을 원한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벌써 20년 전의 일. 갈증 호소는 당연한 반응이다. ‘김시진 호’는 메마른 사막에 단비를 뿌려줄 수 있을까. 김 감독의 지휘, 관리만으론 불가능하다. 프런트의 탄탄한 뒷받침이 이뤄져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간 구단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면서 지원에 다소 인색했다. 진정 우승을 원한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결코 간단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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