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니 버기스 올람 인터내셔널 CEO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세계적인 농산물 중개업체 올람 인터내셔널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기업 뒷조사로 악명 높은 투자업체 머디워터스 리서치의 공격이 시작된 탓이다. 머디워터스는 최근 올람의 부채가 너무 많아 조만간 도산할 것이라며 올람의 주가를 끌어내리려 들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최근 "중국 주식시장을 초토화시킨 머디워터스의 집요한 공격이 올람마저 깨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올람은 세계 제2의 쌀 중개업체이자 세계 제3의 커피 중개업체다. 22년 전 창업자 서니 버기스(52ㆍ사진)가 나이지리아에서 캐슈넛을 가공해 뉴욕ㆍ런던에서 팔기 시작한 뒤 올람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신흥 농산물 중개회사로 급성장했다.
버기스가 캐슈넛 중개업에 손댈 당시 서아프리카 중개상들은 캐슈넛 껍질을 벗길 생각조차 못했다. 무거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선적하니 운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버기스는 껍질 벗긴 캐슈넛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2005년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올람은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싱가포르 40대 기업 리스트를 장식하고 있다. 65개국에 진출한 올람은 인력 1만6000명, 고객 1만1600명을 확보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버기스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싱가포르 40대 부자 명단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머디워터스의 파상 공세 이후 투사로 다시 각광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도산 운운하는 머디워터스의 주장과 관련해 "터무니 없다"며 "필요할 경우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식 환매도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머디워터스의 칼슨 블록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영국 런던의 한 헤지펀드 컨퍼런스에서 "올람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입 부풀리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머디워터스는 다음날 회사 홈페이지에서 올람이 지난해 2월 이후 부채 규모를 대폭 늘렸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머디워터스가 올람의 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이렇게 주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로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홍콩과 캐나다 몬트리올에 상장된 중국계 임업업체 지노 포리스트가 이런 식으로 머디워터스에 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람의 경우 매출이 안정적인데다 금융시장에서 신뢰도 높은만큼 머디워터스에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만료된 올람의 2012 회계연도 순이익은 3억7100만 싱가포르달러(약 3292억원)다.
올람의 재정이 이처럼 탄탄한 것은 버기스의 경영철학 덕이다. 그는 농산물을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매한다. 기존의 농산물 중개업자들이 손대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해외 사업장에 파견할 직원은 직접 뽑는다.
인도 태생인 버기스는 현지 명문 아메다바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고위 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싱가포르 정부 산하 투자 유치 기관인 국제기업청 회장을 맡는 등 여러 기관에서 활동 중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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