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를 보면 주목을 끄는 두 편이 있다. 유이한 사극영화인 ‘왕의 남자’와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사극이란 공통점과 함께 조선시대 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둘 다 폭군의 전형으로 알려진 연산군(왕의 남자)과 광해군(광해, 왕이 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정치적 시대상과 맞아 떨어지며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닮은 두 편이 조만간 자리바꿈을 할 예정이다. 역대 사극의 흥행 기준점이었던 ‘왕의 남자’가 조만간 ‘광해’에게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21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까지 ‘광해’의 누적관객수는 1196만 9294명을 기록했다. 개봉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 평일 관객 1만 6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230만명을 동원한 ‘왕의 남자’와 35만 명 차이다.
문제는 겨울 방학 시즌이 돌아오면서 여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영화 신작들이 쏟아질 것이란 게 문제다.
‘광해’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부터 투자와 제작에도 일정부분 참여한 작품이다. 여기에 자회사의 배급망인 CGV를 통해 여러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21일까지 전국 291개 극장가에서 하루 861회 상영 중이다. 1개 스크린 당 평균 60여명의 관객이 관람하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007 스카이폴’이 237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며 하루 평균 1만 정도를 동원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나쁘지 않은 동원력이다.
역대 최다 흥행작 타이틀을 보유 중인 ‘도둑들’(배급사 기준 1302만명)의 기록을 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왕의 남자’를 넘어서 한국영화 사극 최다 관객 동원이란 타이틀은 노려볼만 하다. 지금도 관객들이 꾸준히 들고 있을 정도로 ‘광해’에 대한 수요층은 여전하다. 배급 독점이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관객들은 아직도 ‘광해’를 찾고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의 대결,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측은 가능해 보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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