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고봉은 3776m의 후지산이다.
11월이 되면 아름다운 원뿔형의 산정상이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다. 일본 중부의 관문 시즈오카공항에 내려 자동차를 타고 1시간을 달리니 후지 치산골프장(Fuji Chisan Country Club)에 도착한다. 코스에서 바라보는 후지산 정상부터 백미다. 일본 내에 130개 골프장을 소유한 PGM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1969년 11월에 27홀 규모로 오픈한 구릉코스다.
후지산 남쪽사면에 후지 9홀(3200야드)과 스루가 9홀(3300야드), 시라이토 9홀(3400야드) 등으로 조성됐다. 시즈오카현을 방문한 골퍼들은 대부분 70여개의 골프장 중에서도 후지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이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11월부터 특히 붐빈다. 사계절 내내 골프를 칠 수 있고, 겨울에는 평균기온 13도에 바람도 거의 없다.
오전 8시에 첫 티 샷을 날렸다. 평평한 대지 위에 일본의 대표수종인 삼나무와 편백나무, 소나무, 낙엽송이 페어웨이 양편으로 빽빽하게 도열해 있다. 아웃오브바운즈(OB) 말뚝이 따로 없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도저히 나올 수가 없어 1벌타를 받고 3타째를 친다. 그린 주위에도 반드시 한 두 개의 키 큰 삼나무가 서 있어 골퍼들의 기량을 테스트한다.
두 개의 그린은 빠르다. 화산지대라 그런지 벙커 이곳저곳에는 검은 마그마 모래가 깔려 있다. 워터해저드가 거의 없어 초보자들은 물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어 좋다. 후지코스 9번홀(파4) 티잉그라운드에 서니 웅장한 후지산이 흰눈을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호쾌한 티 샷이 후지산 정상을 향해 날아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늦가을의 청명한 하늘 속에서 온종일 골프를 즐기고 나니 몸까지 상쾌해진다.
27홀을 전부 섭렵했지만 모두 명홀로 기억에 남는다. 모든 홀에서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도 독특하다.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 내의 온천에서 알카리 온천욕을 마음껏 즐기고 나니 시즈오카 인근에서 잡아올린 '이세 에비(새우)'와 전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정종에 해산물 요리를 안주삼아 배를 불리니 저절로 졸음이 온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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