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43살의 구대성에게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버거운 상대였다. 관중의 환호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는데 그치며 강판됐다.
구대성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아시아시리즈 2012’ 예선전, 1-4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등판.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섰지만 투구 내용은 부진했다. 0.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3루수가 실책을 두 차례나 저질렀다.
변화구에 약한 호주리그에서는 무적, 그렇지 않은 일본을 상대로는 다소 무리였다. 이날 구대성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5km.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구대성은 경기 뒤 “어제부터 두 게임에 모두 출전하려 했다”며 “컨디션은 평소의 70~80% 수준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운드에서의 결과는 참담했다. 첫 타자 초노 히사요시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구대성은 이어 상대한 오오타 타이시, 야노 켄지에게 각각 2루타와 볼넷을 허용했다.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전성기 시절 선보였던 특유 위기관리는 재현되지 않았다. 데라우치 타카유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그 사이 3루 주자 초노에게 득점을 내줬다. 이후에는 불운까지 겹쳤다. 3루수 앞 땅볼을 두 차례나 이끌었지만 모두 실책과 연결돼 2점을 더 헌납했다. 순식간에 3점을 내준 퍼스는 추격의 힘을 잃었고 그대로 1-7로 무릎을 꿇었다.
20개의 공을 던진 채 2년여만의 국내무대를 마감한 구대성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 뒤 그는 “좋은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다”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해준 스티브 피쉬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마운드에 오랜만에 선 탓인지 무척 떨렸다. 호주에서도 이 정도로 부진한 적은 없었다. 제구도 되지 않았고 몸 상태도 별로였던 것 같다. 오늘 투구에 10~20점을 주고 싶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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