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올 외국 '겜꾼'들, 규제공화국 한국 어찌 볼지
8조원대 게임시장 위축 우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게임 후진국으로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제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2'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여야 할 게임업계가 시름에 잠겼다. 연간 수출액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의 후진적 규제 정책들로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주먹구구식인데다 비현실적이여서 개발이 위축되거나 시장이 퇴행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여성가족부는 경쟁과 협동이라는 게임의 고유한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스타로 한국을 찾은 해외 업체들이 이 평가안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낯뜨거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지난달 31일 셧다운제 적용 대상을 평가하는 '청소년 게임물 평가계획안'을 확정 고시했다. 평가점수를 매기는 고시안 주요 항목도 문제가 많다. 예를들어 '해당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오래 하게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항목은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게임 점수ㆍ결과 등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 실력을 인정받게 하는 방식과 같이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항목은 경쟁이라는 게임의 기본 구조를 죄악시 해 편향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셧다운제는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한 중학생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으로 국제 경기 진행을 중단하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셧다운으로 예선 탈락해야 했던 이 게이머의 모습을 지켜보던 전세계 게이머들은 '셧다운이 뭐냐' '한국 정부는 잠자러 가는 시간까지 정해주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난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는 웹보드게임(고스톱ㆍ포커게임, 이하 고포류)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본인확인을 하도록 규정하는 행정지침이 발표되면서 과잉 규제 논란이 일었다. 또 게임 아이템 거래를 제약하는 신규 규제안이 내년 초 도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도를 넘는' 규제가 줄줄이 이어지자 게임 업계는 최대 축제인 지스타를 코 앞에 두고도 한숨만 짓고 있다. 외국계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 한류를 일으키며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기는 커녕 유해산업으로 낙인찍고 게임사들을 옥죄는 규제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지스타에 해외 인사들도 참여하는데 이런 규제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지스타를 통해 수출 계약을 체결한 금액은 1억894억달러(약 1188억원)에 달한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8조원을 돌파하며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세계 시장에서 국내 게임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8일부터 나흘간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에는 전세계 31개국 434개사가 한국을 찾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미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천문학적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규제 이슈로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연간 8조원 규모의 게임산업도 위축되고 있다. 규제가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국내 빅5 게임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정체되거나 일부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특히 유소년 층의 비중이 높은 넥슨을 비롯해 고포류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와 CJ E&M 넷마블 역시 매출 부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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