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정부가 고포류(고스톱·포커)게임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게임업계가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정부는 게임 내 불법 거래를 걷어내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가 되레 사행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고스톱 및 포커류 게임의 사행적 운영 금지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편법으로 게임머니를 사고 팔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이용자 1인이 월간 기준 30만원 이내에서 게임머니를 구입해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사업적 목적의 환전상들이 활개를 치면서 편법적인 게임머니 거래 문화가 뿌리내렸다. 이들 환전상들은 자동생성프로그램이나 아이템 선물하기 등을 동원해 게임머니를 축적한 뒤 위장 플레이를 통해 수요자들에게 판매해왔다.
이를 막기 위해 1회 한도를 1만원으로 제한하고 이용자가 플레이 대상을 지정할 수 없도록 서비스 방식에 제한 두기로 했다. 게임머니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전면 차단하고 여가용 수요만 남기겠다는 취지다.
또 하루 10만원 이상을 잃었을 경우에는 이틀간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게임 이용자가 월간 게임머니를 소진한 후 거래상을 통해 불법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규제가 적용될 경우 NHN 한게임, CJ E&M 넷마블,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 등 고포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이 사업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이번 규제에 영향을 받는 업체 수는 중소업체까지 100개사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안을 두고 "게임사들은 자율적으로 게임 규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게임사들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규제안에서는 게임머니 유통량에 제한을 두는 한편 게임 플레이를 위한 절차도 복잡해졌다. 이용자는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공인인증기관이나 아이핀(인터넷 주민번호 대체수단)을 사용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당 규제가 선별 적용된다는 점도 논란이 된다. 해당 규정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플레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외산 게임사들도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고포류는 게임사의 주요 매출원으로 이번 대책이 주요 게임사들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조치를 되레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불법 거래 시장을 키우게 될 것이란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며 "정부가 합법적 관리하는 시장의 매출 규모보다 불법 인터넷 도박시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규모지만 어떠한 대책이나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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