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철의 그림살롱 117회 I 기다림과 대화가 존재하는 魔力의 색채
의도하는 본류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만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최소한의 손길로 가두거나 관리한다지만 물감이 서로 충돌하고 섞이고 솟는 물성을 그대로 둔 화면은 고요하지만 뭔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있다.
작가는 캔버스를 여럿 바닥에 쭉 깔아놓고 작업한다. 붓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찍거나 물 컵을 이용하기도 하고 나이프 등을 이용하여 캔버스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붓기도 하고 뿌리기도 한다.
하루 이틀 지나 마르면 그 위에 또 작업을 하기 때문에 물감이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가의 오랜 기다림이라는 시간의 깊이와 절제를 수반한 애정 어린 관찰과 대화가 녹아있다.
“이틀을 소통하면 그림 작업은 고작 1시간여 남짓할 정도”라는 말처럼 그림을 파괴하기도 하고 조합과 반복을 거듭하면서 생성되는 감성과 서정은 때로는 매혹적인 하늘거림으로 또 차가운 시선같이 날카로움으로 번진다.
“추상화는 바다 같은 것이지요. 더 이상 캘 수 없는 심해처럼 하염없이 넓어 죽을 때 까지 완성이란 없다”는 그의 작품은 색채의 자발적 움직임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능동성과 조화시킨 꾸밈없는 미완(未完)의 세계다. 물론 그것은 연작 ‘흰색을 위하여’의 걸출한 마력이기도하다.
서양화가 김태용 작가는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윔블던스툴오브 아트(Wimbledon School of Art)에서 수학했다. 프랑스 리옹시립미술관, 단성갤러리, 갤러리 각(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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