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기업간 담합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도록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다. 그간 대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에서 자주 논의되던 징벌적 손배제를 담합사건까지 적용하자는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가 이 같은 내용을 권고한 건 기업의 담합 억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권익위는 29일 "담합피해 소송의 특성상 국민의 전체 피해규모는 크지만 개개인의 손해액 자체는 매우 적은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별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민사소송 체계 하에서는 손해액 입증을 위한 감정비 등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의 실익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징벌적 손배제는 하도급 거래 관련 법률에 명시돼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해 손해가 생길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대ㆍ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징벌적 손배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으며, 최근 들어 김동수 공정위원장 역시 부당감액 등 다른 분야까지 이 제도를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소액 피해자의 권리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 검토하도록 공정위에 권고했다. 집단소송제는 대표 당사자의 소송결과가 피해 집단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권익위가 조사한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현황을 보면 최근 11년간 전체 담합 유형 가운데 가격공동결정이 346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기업간 담합이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이번 권고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의과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관련제도를 고치는 과정에서 민사법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하는데다 당장 제도를 둘러싸고 이해집단간 의견이 서로 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권익위는 이번에 제도개선안에 고발의무 대상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담합으로 판명날 경우 이전 가격으로 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와 함께 과징금 산정기준과 가중사유, 비율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공정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방안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는 "제도개선안이 이뤄지면 담합 피해로 인한 효과적인 구제장치가 마련돼 피해배상과 관련한 국민의 민원이 줄고 담합을 예방하는 효과도 커질 것"으로 내다 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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