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노는 영국.. 혜택 없고 부담만 늘자 反EU 정서 커져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이 커지자 ‘그렉시트(GREXIT)’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다는 ‘브릭시트(BRIXIT)’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12일 EU의 노벨평화상 수상 결정이었다. 자격 논란 속에서도 유로존 주요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은 환호하면서 자부심을 나타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만은 어색한 침묵을 지켰다. 캐머런 총리는 오는 12월 열리는 시상식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EU 약 133개 지역에서 시행될 유럽 경찰·사법권 공조체계 구축 계획에서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공식적으로는 영국이 EU의 틀 안에 남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EU 회원국 지위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유럽의 단일 경제권과 역내 자유무역 확대 등에 중점을 두었을 때 얻을 수 있으며 경제 분야 외의 다른 ‘결속’은 느슨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U는 영국 대외무역과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영국과 대륙의 복잡한 역사가 있다. 영국은 ‘하나의 유럽’ 구상에 대해 언제나 ‘양가적’ 입장을 보여 왔다.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 창립회원국 6개국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 패전국이나 점령국이었던 데 반해 영국은 유일한 ‘승전국’이었다. 독일·프랑스 정상간 만남에서 나온 ‘화해를 통한 통합’이란 화두가 영국에서는 공감을 얻기 힘든 이유다. 또 영국에는 그 동안 EU에 상당한 기여를 해 왔음에도 그 혜택은 그만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계기로 독일 등 대륙국가들이 EU의 정치적 통합에 박차를 가하자 영국은 시종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은 유로존 각국 재정정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새로운 ‘재정동맹’ 구상을 지지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이 유럽의 외곽에 더욱 확고히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유럽의 부채위기가 3년 넘게 이어지면서 그 부담을 유로존 회원국의 테두리를 넘어 EU 전반에까지 확대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영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고 있다. ‘은행연합’ 구상과 EU 예산증액에 대한 영국의 거부가 좋은 예다. 유럽의 금융허브인 런던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집권 보수당에서는 의원들 다수가 EU에 회의적 입장을 보여 왔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EU탈퇴를 원한다는 응답은 51%에 이르렀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올해 안에 캐머런 내각이 EU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나, 영국 정부는 공식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EU에 대해 영국 국민들의 환멸감이 극에 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7월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 유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을 내놓아 유럽을 술렁이게 하기도 했다.
EU 국제관계위원회(ECFR)의 세바스티안 둘리엔 박사는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중심의 유럽 통합은 EU 주변국과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단일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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