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페인음료를 향한 중고생들의 뜨거운 사랑이 결국 ‘붕붕주스’로 그 ‘포텐이 만개(?)’했다. 안 되는 장사는 많고 되는 장사는 적은 이 총체적 불황기에, 1년 사이 매출 규모가 10배로 확대될 만큼 잘된다니 ‘이게 웬일이냐’ 싶어 반가우면서도 내심 속마음이 씁쓸하던 차였다.
알고 보니 분말형 비타민C에 이온음료, 자양강장제 등을 섞는 기본 조합만 5단계에, 더욱 강렬한 각성을 유도한다는 ‘하이퍼 붕붕주스’까지 합하면 종류만도 30가지에 달한단다. 10대들이 모여 하루 이틀 제조해본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주스의 유해성은 이미 전문가들을 통해 상세히 공개됐다. 기본 조합대로만 섞어도 에스프레소 10잔을 단숨에 들이마신 것 같은 효과를 낸다니, 몸이든 정신이든 정상적일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청소년들 역시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붕붕주스 후기’를 통해 “3일간 좀비 신세였다” 또는 “각성 상태 후에는 코마 상태”라는 말로 수면장애와 두통, 구토 등의 후유증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자기들도 백해무익하다는 걸 알면서 이 ‘금단의 주스’를 왜 마시냐고? 그 이유는 붕붕주스의 별명이 ‘서울대주스’라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걸 먹고 밤샘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올해 시험기간의 고카페인음료 매출이 전년에 비해 1315% 상승(편의점 세븐일레븐 자료)했다는 사실이 이런 문제를 야기될 전조 증상이었을 것이다. 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부르는 법이니까.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기발한 네이밍으로는 ‘붕붕주스’ 못잖은 ‘우유주사’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원기 회복이나 환각 효과를 위해 오남용하는 부작용은 사실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 데는 유명 방송인이 중독을 고백해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최근의 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 법정에 출두한 그녀는 “공황장애를 앓을 만큼 방송인으로서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붕붕주스’나 ‘우유주사’를 찾는 심리를 헤아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태양 아래 새로운 일이 없듯이, 붕붕주사 전에는 우리에게 ‘타이밍’이 있었고 ‘암페타민’이 있었다. 나 역시 몇 년 전, 밤에 택시를 탔다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택시기사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밤에 이렇게 운전을 해야 수입을 맞춘다”고 그는 벌게진 눈으로 내게 말했었다.
중고생들이 만든 ‘붕붕주스’의 카피는 ‘내일 체력을 오늘 다 쓴다’라고 한다. 안 그래도 ‘월급이란 통장을 스쳐가는 사이버머니’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빚으로 살아가는 인생들이 허다한데, 이제는 체력까지 ‘땡빚’을 내서 당겨쓴다고? 이렇게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되게 하려는 데서 ‘붕붕주스’와 ‘우유주사’의 유혹은 우리 곁에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냥 무턱대고 말해보고 싶다. “이제 우리,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살면 안 될까?” 이런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느닷없이 신문에서 ‘비아그라의 음성 시장이 1000억원대 가까이 급성장 중’이라는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코노믹 리뷰 구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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