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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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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에서 카페 하는 친구를 만났다. 테이블 열 개에 손님들이 꽉 차있고 아르바이트 직원이 분주하게 주문을 받는 풍경이 흐뭇해서 “요즘 같은 불황에 대박이네”하고 추켜세웠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며 “다시는 커피 장사 안 한다”는 볼멘소리가 긴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온다. 대번 낯빛이 어두워지는 게, 장사꾼이 흔히 하는 “밑지고 판다”는 엄살이 아니다.

녀석의 얘기를 따라가면 이렇다. 사실 가게는 잘 되는 편이다. 평균 월 매출이 1500만원을 찍고, 아르바이트 직원 월급에 재료비, 임대료 등을 제하고 순수하게 사장 월급으로 가져가는 게 평균 500만원 수준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또래 대기업 월급쟁이들과 비교해도 별로 빠지지 않는 괜찮은 수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가게 차리는데 들어간 비용을 염두에 넣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소리다. 보증금이다 권리금이다 인테리어 비용이다 해서, 바닥에 깔고 시작한 돈이 2억에 가깝다는 걸 감안하면 수익률은 한풀 꺾이고, 매일 밤 야근에 일요일 하루 쉬는 주6일 근무 체제라는 걸 고려하면 사장 앞으로 떨어지는 실수입 500만원은 슬며시 초라하게 빛이 바랜다.

“형, 이제 내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겠죠? 이것저것 감안하면 내 월급이 그냥 300만원 수준인 거예요. 이렇게 손님이 꽉 찼는데도.”


돈 버는 일로는 백면서생 수준인 나와 다른 친구는 이 말에 ‘벙찐’ 표정이 되었다. 손님이 꽉 차게 돌아가는데도 남는 게 별로 없어서, 카페를 포기하고 다른 업종으로 바꿔야 한다니. 그렇다면 본사에 가맹점 수수료까지 납부하는 프랜차이즈들의 속사정은 오죽하겠는가. 그랬더니 옆자리에 앉은 다른 친구가 한술 더 뜬다.


“네가 말하는 게 요즘 내가 느끼는 거라니까. 번역이다 뭐다 일거리는 계속 들어오는데,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월 삼백만원 대에서 못 벗어나도록 애초에 설계가 돼있는 기분이랄까? 사회 전체가 무슨 담합이라도 해서, 소득이 더 이상 못 늘게 아주 짠 거 같아.”


우리는 모두 파안대소했다. 번역에 잡지 자유기고가로 업계 베테랑 소리를 듣는 녀석이다. IMF때 후퇴한 번역료와 원고료가 여태껏 그대로라니, 온갖 물가는 다 올랐는데 할 말이 없긴 하다. 어쩌면 사회 전체가 소득이 늘지 못하도록 담합을 했다는 표현도 아주 그른 말은 아닐 것이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대학졸업자들이 탐낼 만한 수입 좋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져가는 경제구조의 재편이, 뭘 해도 대박은 불가능한 사회로 가고 있다고 재테크 전문가들도 말들을 하니까.


물론 여기서 대박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일확천금이 불가능한 ‘경제 건전성’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다음 달이면 녀석은 카페를 접고 수제 햄버거집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 달에 딱 오십만원만 더 벌라고 이른 격려와 덕담을 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 컨텐츠 총괄국장 구승준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믹 리뷰 구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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