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진행 8개월만에 ...신성장동력 차질 예고
삼성측 "연구과정엔 문제 없다...시기 조율 차원"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월부터 진행해온 바이오시밀러 'SAIT 101'과 '리툭산'의 글로벌 비교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삼성 측 관계자는 "연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시기 조율 등 전략적 차원에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영국ㆍ스페인 등 유럽연합 5개국과 캐나다·브라질·대만·남아프리카 등 총 16개국에서 616명 환자모집을 목표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구를 중단함에 따라 리툭산 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말 발매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삼성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선 이번 달 초 이스라엘 테바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 중단을 선언한 점이 눈길을 끈다. 테바 측은 "유럽과 미국 규제기관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도 임상시험 디자인 등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수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미국 시장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리툭산의 판매사 로슈가 이런 상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도 있다. "2013년 발매가 가능하다"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로슈 측은 "2015년까지 리툭산은 경쟁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유는 "더 많은 환자를 모집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미국 바이오젠아이덱(이하 바이오젠)과의 관계다. 올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합작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담당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그런데 바이오젠은 리툭산의 원개발사로, 판매권을 로슈에게 넘기고 로열티를 받고 있다.
바이오젠 입장에선 파트너사인 삼성이 리툭산 복제약을 개발하는 게 이해관계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삼성이 리툭산 개발을 중단 혹은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삼성과 테바 두 거물의 '삐긋거림'은 경쟁사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미국 머크ㆍ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그들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선진국 기준에 맞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디자인 등을 바꿔야 하는 등 변수가 우리에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툭산은 1년 매출액이 70억 달러에 달하는 최고 히트 의약품으로, 바이오시밀러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언급할 때 1순위로 꼽혀온 제품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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