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올해 노벨 문학상은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 57)에 돌아갔다. 이번에는 사실상 모옌이 수상할 것이라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노벨 문학상 등 노벨상을 누가 수상할지는 스웨덴 한림원 발표 직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관례였지만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모옌이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했다. 출처는 중국 국영TV인 CCTV.
중국 CCTV는 중국의 SNS 웨이보를 통해 자사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식에 취재 요청을 받았다면서, 공식 취재 요청을 받은 방송국은 전 세계에 3곳 뿐 이라고 밝혔다. 중국 방송국이 취재 요청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모옌이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될 것임을 미리 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중국 현지 언론 및 외신들은 CCTV의 발표를 근거로 모옌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그리고 이같은 예측은 곧 한림원의 발표로 현실이 됐다.
그동안 노벨 위원회는 철통같은 보안으로 유명했다. 더욱이 올해에는 수상자 명단 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의 예이르 루네스타 사무총장은 지난 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망원경을 통해 노벨위원회 위원들의 입술 모양을 읽고 수상자를 파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실의 커튼을 내리고, 위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는 등 예년보다 보안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서 보안 사고가 터진 것이다.
노벨 위원회는 그동안 노벨상의 권위와 수상자 발표 당시 전세계적 이목을 끌기 위해 누가 노벨상을 타게 될지에 대해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한림원의 발표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 노벨 문학상의 경우에는 CCTV가 노벨위원회로부터 취재 요청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모옌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년에 비해 한층 김이 빠지게 됐다.
노벨위원회가 그동안의 철통 같은 보안 원칙을 깨고 사전에 CCTV에 시상식 취재를 요청한 것을 사전에 알린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노벨위원회가 2010년 류샤오보 (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감정이 상했던 중국측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노벨위원회가 CCTV에 취재를 요청함으로써 모옌의 수상소식을 중국에 미리 알려 그동안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과거 류사오보의 노벨 수상이 확정됐을 당시 중국은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경제협력 논의를 중단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사건이 단순한 CCTV측의 과시욕이 빚은 실수인지, 아니면 고의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올해 노벨 문학상의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수상자가 노출된 발표가 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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